홍콩ELS 배상금 '1.5조~2조원' 전망…'더 센' 과징금이 압박 변수
당국 '징벌적과징금'으로 압박…"자율배상시 유의미한 감경"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전부 불완전판매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손실 배상금이 '조 단위'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홍콩 ELS 예상 손실액이 5조8000억원에 달하고, 은행별 평균 배상비율이 30~40% 정도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총배상금은 최대 2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더 무서운 건 과징금이다. 당국이 은행권 ELS를 100% 불완전판매로 규정함에 따라 상품 판매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이 최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과징금은 경감 될 수 있어, 자율배상을 유도하는 당국의 '압박 카드'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ELS 손실 배상 분쟁조정안'에서 은행권 기본배상비율(가중치 포함)을 23~50%로 제시했다. 판매분 전체에 대해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별로 조정(±45%) 및 기타조정(±10%)분을 더하고 빼서 최종 배상비율은 0~100%로 다양하게 차등 적용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브리핑에서 "ELS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면 과거 파생결합증권(DLF) 사례보다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다"며 "현 단계의 데이터를 보면 다수의 배상 사례가 20~60% 범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이를 고려하면 은행별 평균 배상비율이 중간 수준인 30~40%대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DLF 사태 때 대표 손실 사례에 대해 40~80%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투자자들이 금융사로부터 받은 총 배상금은 전체 손실액의 58.4% 선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으로, 이 중 15조1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H지수가 현 수준(5678포인트, 2월 말 기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총 손실액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만기액 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87.4%(13조2000억원)로, 손실액의 30~4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총배상금은 약 1조5200억원에서 2조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SK증권은 은행권 전체 배상액을 1조5000억원~1조9000억원으로 추산했고, DB금융투자는 1조5000억원~2조원대, 이베스트증권은 1조7000억원~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LS 판매사들은 이번 분쟁조정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 간 의사 합치 여부와 시기에 따라 배상 시기가 결정된다. 금감원도 신속하게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대표 분쟁 사례를 선정해 조정 절차(약 2~3개월 소요)를 추진한다. 다만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이나 분조위 결과를 거부할 경우 자율배상은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한다.
은행권은 당국의 분쟁조정안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자율배상 방향, 배상에 따른 실적 영향 시뮬레이션, 법률 검토 등 본격적인 대응 논의에 나섰다. 다만 DLF 때와 비교해 ELS는 가입자(은행권만 24만3000계좌)가 많아 자율배상 기준 마련과 대상 분류 등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DLF는 약 30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배상이 진행됐는데, 주요 은행의 경우 배상비율 결정 후 약 6개월에 걸쳐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일부 은행은 분쟁조정안에 따라 자율배상에 동의하면 배임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자율배상은 은행이 분조위나 법원의 공식 판단 전에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는 것인 데다 은행별로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상안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불만 기류도 감지돼 추후 개별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은행권 ELS가 불완전판매로 결론 나면서 막대한 과징금이 자율배상을 압박하는 유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이 적발되면 수입(판매액)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이 15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론 7조50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당국은 불완전판매 위반 상태의 해소나 예방을 위한 노력 등에 따라 과징금을 경감해주는 규정도 마련해 뒀다. 금융사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장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홍콩 ELS 배상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자에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 과징금의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판매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유의미한 정도로 (자율배상 때 감경 조치를) 반영하는 게 우리 제도 운용상 맞다"고 밝혔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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