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천적이 롯데에? RYU 상대 100% 안타…"韓 레전드와 다시 한번 맞대결, 너무 좋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한국의 레전드, 다시 맞대결 할 수 있어 기쁘다"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레이예스의 공식전 데뷔 첫 홈런은 기록으로 남지 못하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에 대한 고민이 매우 깊었다. 2022시즌 중 DJ 피터스의 '대체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잭 렉스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KBO리그 데뷔 첫 시즌보다 부진하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는 당장 영입할 수 있는 자원을 물색하던 중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OPS 0..888을 기록 중이던 니코 구드럼을 영입했다.
구드럼은 미네소타 트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통산 6시즌 동안 빅리그 무대를 누비며 402경기에 출전해 311안타 42홈런 46도루 타율 0.226 OPS 0.698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였던 만큼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렉스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한 구드럼은 50경기에 출전해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OPS 0.760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정규시즌 막바지 '몰아치기'를 통해 성적을 끌어올렸으나, 이전까지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이에 롯데는 고민도 없이 외국인 타자는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김태형 감독 또한 지난해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직후 구드럼은 무조건 교체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 결과 2018년 처음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5시즌 동안 394경기에 출전해 321안타 16홈런 타율 0.264 OPS 0.673을 기록 중이던 빅터 레이예스와 연이 닿았다. 레이예스는 풀타임은 아니었지만, 2019년 69경기에 나서 타율 0.304 OPS 0.767로 훌륭한 시즌을 보낸 경험이 있는 선수.
레이예스가 KBO리그 유니폼을 입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 롯데에 몸담았던 딕슨 마차도의 존재가 있었다. 마차도는 2020-2021시즌 278경기에 출전해 266안타 17홈런 125타점 타율 0.279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2월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딕슨 마차도가 '롯데에 갈 수 있으면 가라.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굉장히 많이 해줬다. 마차도는 디트로이트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친구로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흔쾌히 마차도의 말을 믿고 롯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레이예스의 첫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영상을 봤는데, 기본적으로 메카닉이 좋다. 장거리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KBO리그에서는 스윗스팟에 공이 맞으면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지만, 컨택 능력이 좋다. 타선의 중심에서 레예스의 역할이 크다. 특히 왼쪽 타석에서 치는 모습이 좋더라"고 평가하면서 몸 상태에 문제만 없다면 레이예스를 주전 중견수로 기용할 뜻을 드러냈다.
일단 흐름은 좋다. 레이예스는 지난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KBO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0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 2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펼쳤다.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한 개의 볼넷을 얻어나갔다. 그리고 12일 고대하던 첫 아치가 터졌다. 지난해 후반기 구드럼이 단 한 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하면서, 오랜기간 외국인 타자가 친 홈런 맛을 보지 못했던 만큼 롯데 팬들은 레이예스의 대포에 환호했다.
레이예스는 0-0으로 맞선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김민규와 맞붙었다. 레이예스 1B-2S에서 김민규가 던진 4구째 145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 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레이예스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외야 우측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비거리가 무려 130m인 초대형 아치였다. 롯데 팬들은 레이예스의 홈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동료들 또한 첫 아치를 축하했다.
하지만 이 홈런은 결국 기록으로도 남지 못하게 됐다. 이날 경기가 개시된 직후부터 내린 비의 영향으로 인해 3회말 롯데의 공격이 끝난 뒤 경기가 중단, 결국 '노게임'이 선언된 까닭.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레이예스는 "홈런을 쳤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비가 와서 아쉽긴 하지만, 3이닝 정도를 뛸 수 있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동료들이 처음에 축하를 해주지 않더라'는 말에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레이예스는 "미국에서도 (무호응) 세리머니를 한다. 아마 첫 홈런이기 때문에 그러한 장난을 칠 것이라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이후에 모두가 와서 축하를 해주고, 기뻐해줘서 더 뜻깊은 홈런이었다"며 '노게임 선언으로 인해 다음에도 홈런을 치면 똑같은 세리머니를 받을 것 같다'는 말에 "또 이러한 장난을 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처음 미국 괌에서 레이예스의 모습을 봤을 때는 선수단과 서먹서먹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롯데에 녹아들었고, 여유까지 있어 보였다. 레이예스는 "모두가 친절하게 해줘서 집에 온 기분이다. 괌에서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확실히 홈 구장에 오니 더 그런 느낌이다. 나는 원래 차분하고 진중한 스타일. 그러나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장난도 치고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난 주말 롯데 팬들이 응원해주는 모습에 흥분이 되더라. 응원을 들으니, 빨리 시즌이 시작돼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사직구장에서 뛰어 본 소감은 어떨까. 레이예스는 "사직구장의 담장이 높긴 한데, 괜찮은 것 같다. 시범경기에서 뛰어야 높이가 어떻게 되고, 수비 범위를 어떻게 잡아야 될지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일단 야구장은 굉장히 이쁘고, 수비하기에 편한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KBO리그 투수들이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스타일인지를 빨리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범경기에 나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5시즌이나 뛰었던 만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도 맞대결 경험이 있는 레이예스. 레이예스는 지난 202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의 류현진과 맞붙었고, 당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12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섰고, 4이닝 동안 투구수 62구,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17일 사직 롯데전. 레이예스와 류현진의 맞대결이 성사 될 가능성이 높다.
레이예스는 "류현진과는 메이저리그에서 맞붙어 본 적이 있다. 이번에 KBO리그로 돌아오게 됐다는 소식이 기뻤다. 한국의 레전드 투수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며 류현진이 KBO리그로 돌아온 만큼 맞대결에 대한 부푼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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