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작’ 박예영 “독립영화 누빈 5년, 나만의 자산 됐죠” [인터뷰]
배우 박예영(35)에게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세작)은 데뷔한 지 11년 만에 만난 첫 사극이었다. 극중 임금 이인 역의 조정석 곁을 지키는 동상궁 캐릭터를 연기하며 쪽머리도, 한복 촬영도 전부 처음 경험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왕 조정석을 사랑하는 동상궁 역을 맡아 그를 위해 악행과 죽음도 불사하는 순애보를 펼쳤다. 조정석이 마음을 준 남장 기대령(왕과 바둑을 두는 직책) 신세경을 질투하고 배척하면서 악역을 선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방송을 맘 편히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말에 촬영을 마친 직후엔 시원했는데 드라마가 방송하니 다시 여운에 푹 빠져있다”며 웃었다.
이어 “독립영화 무대를 누비던 데뷔 초부터 막연하게 꿈꿨던 사극에서 ‘내 이야기’가 있는 역할을 맡다니 그저 영광이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Q. 왕을 사랑하며 모든 걸 내던진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어땠나.
“만약에 다른 사극이었으면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인과 동상궁의 관계가 다른 사극과 달라서 오히려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이인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동상궁은 그걸 빌미로 왕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겁박 비슷한 걸 하니까요. 이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캐릭터란 생각이 드니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궁금증을 계속 자아내야 하는 캐릭터가 어렵지 않았나.
“4회까지는 분량도, 대사도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등장하는 장면마다 강렬한 반전을 줘야 했죠. 처음에는 대사가 별로 없으니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헷갈렸어요. 그래서 첫 테스트 촬영 날에 김선덕 작가님을 붙잡고 ‘키워드 하나만 말해주세요’라고 졸랐어요. 그렇게 받은 답이 ‘순애보’였죠. 그 단어를 보자마자 확 머리가 개는 기분이 들었죠. 동상궁이 오로지 이인을 위해 모든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와 닿으니 더 이상 복잡하지가 않았어요.”
Q.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조정석은 어땠나.
“2019년 영화 ‘뺑반’ 이후 두 번째로 뵙는 거예요. 당시엔 겹치는 장면이 많지 않다가 이번에 제대로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여전히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매순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조정석 선배와 함께 연기하면 없던 믿음도 생겼죠. 그런 마음이 드라마에도 잘 드러났는지 시청자들이 동상궁을 밉게만 바라보다가도 ‘찐사랑’이라고 인정해주니 신기했어요.”
“사실 데뷔 초에 독립영화를 주로 찍을 땐 사극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에겐 로망과 같았죠. 그 로망을 이룰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다음에는 대하드라마 같은 정통사극을 만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2013년 데뷔해 5년간 독립영화를 주로 찍었는데.
“‘뺑반’을 찍기 직전까지, 독립영화 무대를 누빈 그 5년이 제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죠. 사실 재작년까지는 소속사도 없어서 지방 촬영에 직접 기차 타고 다녔는걸요. 그렇게 열심히 쌓은 지난 세월들이 제게는 좋은 양분이 됐어요. 독립영화를 본 감독님들이 저를 불러주셔서 tvN ‘갯마을 차차차’나 쿠팡플레이 ‘안나’, JTBC ‘구경이’ 등에 출연할 수 있었거든요. 최대한 많은 장르들을 경험하자 싶어서 도전을 거듭한 덕분인지 어떤 현장에서도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죠. 그날들이 저를 버티는 힘이 된 거예요.”
Q.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사실 마음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왜냐하면 그때도 지금도 연기를 ‘짝사랑’하고 있거든요. 연기를 통해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순간 균형이 무너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기할 땐 밑바닥까지 파고들지만, 연기 자체와는 짝사랑하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다짐했죠. 다만 책임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Q. 지난해는 ‘세작’을 촬영하며 보냈다. 올해의 계획은 어떤가.
“늘 목표를 물어보면 딱 하나를 말해요.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거요. 작은 행복들이 끊이지 않고, 아프지 않고,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쉬운 것처럼 보여도 얼마나 어려워요. 올해도 날마다 꽉 차게 살아갈래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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