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 라이프 스타일, 한국보다 더 디지털화"
중국몽(中國夢). 부강한 나라가 되겠다는 중국인들의 꿈이지만, 한국에서도 한때 중국몽이 대단했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으며, 실제로 한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했고 도움이 됐던 교역국이었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서 성공과 성장의 꿈을 꿨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미중 패권경쟁 여파로 중국과의 외교 관계와 경제 교류가 악화됐고, 중국 경제의 성장도 크게 주춤하면서 매력이 떨어지게 됐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중 관계에 대한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 성공적인 대중 투자 제안과 중국 사업 컨설팅 등으로 인정받고 있는 BCC 글로벌의 김세훈 한국&동남아 대표는 중국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중국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봤지만, 결코 안 망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인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중 패권경쟁의 흐름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배제)에서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 위험관리)으로 바뀌었는데 이런 변화에 다시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내수시장에선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인재가 많다"며 "해외에 유학 간 석·박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출신으로 투자컨설팅펌 BCC글로벌에는 2014년부터 합류해 한국 법인장만 10년 넘게 지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폭넓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기업·기관들에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계속 회의적으로 나온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 중국 경제가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다.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미국의 대중 경제 제재 등으로 중국 시장이 지쳐 있는 건 사실이다. 일례로 중국 기업들의 IPO(기업공개)가 줄어들었는데, 2023년 1~3분기 중국 내 증시 IPO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흐름도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에 다시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내수시장에선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이다. 중국 경제가 망한다는 소리를 한 20년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안 망했다. 나는 중국 경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혁신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특히 중국은 인재가 많다. 미국에 유학 간 석·박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10여년 간의 경제 성장에 서구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기여했다.
2030년에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을 앞지른다는 전망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2030년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호흡이 길다. 2050년이나 2060년에는 경제 1위국이 되겠다는 얘기를 한다.
-중국 경제의 어떤 산업과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가.
▶우선 제조업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핵심 원동력이다. 초기 단계 기술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 전기차 등이 유망하다. 그리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위시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여전히 건재하며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이끌고 있다.
중국 인구 14억명 중 10억명 이상이 텐센트의 위챗을 이용하고 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도 주목받고 있으며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도 훌륭한 디지털 기업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과 으어러머가 크게 성장했다. 중국에선 음식 배달이 정말 정확하고 잘 이뤄진다.
메이투안의 MAU(월간활성이용자)는 8000만명에 달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췄다. AI 기술을 통해 이른 시간 안에 드라이버의 위치를 파악해 지령을 내릴 수 있다. 메이투안의 디지털 프로세스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무서운 건 엄청난 빅데이터다. 위챗만 하더라도 MAU가 13억명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고 카카오톡을 4000만명이 쓴다. 그러면 중국은 우리의 약 30배에 달하는 인원들에서 나올 수 있는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여러 가지를 실험할 수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부르는 중관춘에 가보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열심히 일한다. 집엘 안간다. 알리바바에는 996이라는 게 있다. 9시부터 9시까지 6일 일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해서 낸 성과만큼 자신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공서열이 없어 나이가 어려도 능력에 따라 높은 직책을 맡을 수 있다. 20대이더라도 40대 상사보다 더 성공할 수도 있다. 중국 디지털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곳이 많다. 신입사원과 CEO(최고경영자)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지난 11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새로운 기술 발전과 디지털 전환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22년에는 50조2000억 위안(약 9400조원) 규모에 달했고, 2025년에는 70조8000억 위안(약 1경3000조원)으로 예상된다. 1~3선 도시가 아닌 곳은 아직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확산될 여지가 많다.
중국 대도시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국보다 더 디지털화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선전 등 1선 도시들이 그렇다. 선전은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4만 달러다. 우리나라보다 잘살고 생활수준이 좋다. 디지털 경제가 잘돼 있다. 모든 게 모바일로 된다. 중국도 고령화 사회인데,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좋은 노인이 대우를 받는다.
회사 직원들과 중국 출장을 자주 가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게 모바일로 가능하다. 식당에 가서도 QR코드나 위챗으로 주문하고, 교통은 어디서든 디디추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흑차', '빵차'로 불리는 불법택시는 없다.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중심의 모바일 페이먼트가 매우 발전했다. 노점상에서도 모바일 페이먼트를 쓴다. 위안화를 만지지 않아도 된다. 출장을 자주 가는 우리 리서치팀장이 위안화 지폐를 만져본 게 6~7년 전 일이라고 한다.
-중국의 어떤 유망 분야에서 우리가 협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나.
▶서울과 상하이의 거리는 약 900km다. 그런데 베이징과 상하이의 거리는 약 1200km다. 베이징-상하이보다 서울-상하이가 더 가깝다.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지만 한국에서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중국은 매우 실용적이고, 상업적이다. 오늘 치고받고 싸워도 내일 회의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끌어안는다. 잘하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분명히 크다. 새로운 소비자층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주목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 분야에선 뷰티, 푸드, 피트니스가 좋다. 기술은 AI가 유망하다. 생명공학과 바이오팜도 유망하며 특히 헬스케어는 연평균 성장률(CAGR)이 20%가 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인도 GDP는 약 3조5000억 달러로 중국의 20%에 불과하고, 동남아시아의 인구는 6억명으로 중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힘든 중국시장이기는 하지만 긴호흡을 가지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사업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부부싸움 후 시어머니방에 간 남편, 알고보니…"엄마 가슴 만지며 자" - 머니투데이
- "비트코인 사기라며…왜 이렇게 오르나" 김경진, 쓰린 마음 고백 - 머니투데이
- 포레스텔라 강형호, 품절남 된다…예비신부는 기상캐스터 정민경 - 머니투데이
- 정준, '13살 연하' ♥김유지와 결별…"1년 전 각자의 삶으로" - 머니투데이
- 미나 "17살 연하 ♥류필립, 내 허리 감싸더니…" 첫만남 회상 - 머니투데이
- 하노이에 한국처럼 집 지었더니 "완판"…이번엔 '베트남의 송도' 만든다 - 머니투데이
- 롤스로이스 박살났는데 "괜찮다"한 차주…알고보니 짜고 친 고스톱? - 머니투데이
- "9.3억 아파트, 한달도 안돼 이렇게나"…대출 옥죄기에 집값 주춤 - 머니투데이
- 머스크 SNS엔 돈 보인다?…땅콩 이모티콘 하나에 밈코인 150% '폭등'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