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日로손이 경쟁자”...몽골·베트남에만 매장 1000곳 낸 韓편의점
몽골 울란바토르 편의점 90%는 GS25와 CU
국내 편의점 과포화 상태… 인건비 등 부담에 성장 정체
1인당 소득 3000달러 넘기면 편의점 산업 성장
편의점업계가 최근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이 포화 상태인데다 비용 상승으로 더이상 폭발적인 성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블루오션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몽골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운영되는 편의점의 90%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일 정도다. 이들 회사가 최근까지 몽골에서 개점한 편의점은 659개에 달한다.
현지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한류문화 유행으로 K편의점에 대한 인기가 높고, 현지화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BGF리테일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몽골에 진출한 이후 2024년 1월 말까지 382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몽골 CU의 연평균 매출액은 12% 증가했다.
GS리테일은 2021년 몽골 현지 파트너인 숀콜라이 그룹과 함께 울란바토르에 3개 매장을 동시에 열었다. 현재 몽골 GS25는 울란바토르 외 에르데네트 지역 등 277호점까지 확대했다.
◇ 국내 편의점 5만5000개… 과포화 상태
편의점 업계가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것은 국내 시장 과포화·최저 임금 상승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면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편의점은 입지가 매우 중요한 사업인데 이미 편의점을 하기 좋은 입지에는 얼추 편의점이 다 들어차 있는 상황이라 추가 개점 여유가 없다.
국내 편의점 개수는 작년 기준 약 5만5800여개인데, 국가통계포털 기준 대한민국 인구 5155만명을 적용해 인구당 편의점 점포 수를 계산하면 약 924명 당 1개 꼴이다.
편의점 공화국인 일본의 인구당 편의점 점포 수가 약 2060명당 1개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편의점은 포화도가 일본의 2배에 넘는 수준이다.
해마다 점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편의점의 근접(50~100m)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2024년 말까지 시행되기 때문이다.
외식 물가 상승 대체재로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통 채널 중 객단가(약 6800~7000원)가 가장 낮은 점 역시 편의점의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도 편의점 운영에 악영향이다.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24시간 운영인 노동집약 산업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지난해 대비 240원 인상됐다.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편의점의 경우 야간을 제외하곤 주간 근무자에게 최저임금에 따른 임금과 주휴수당을 지급한다.
CU와 GS25가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몽골의 최저시급은 3273투그릭으로 한화 약 1211원이다. 반면 공산품 판매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편이다.
인건비 부담에 유인점포에서 무인점포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편의점(빅4) 점포 수는 5만2340개 중 무인점포는 3310개로 6.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2125개) 대비 55.8% 늘어난 것으로 2020년(499개) 비교해서는 6배 늘어난 수치다.
◇편의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돌파시 성장
국내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편의점 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해외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편의점의 생존 전략이다.
세계 최대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시작한 이후 1971년 멕시코, 1974년 일본, 1977년 호주, 1979년 대만, 1982년 필리핀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1978년 시작된 일본의 훼미리마트도 1988년 대만, 1990년 한국, 2004년 중국, 2009년 베트남, 2012년 인도네시아, 2016년 말레이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한국에서는 GS25, CU 등 경쟁사에 밀려 사업을 철수했지만 대만에서는 국민 편의점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는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편의점은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돌파할 때 성장 단계에 진입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산업군으로 여겨진다. 이후 5000달러가 되면 성장기에 진입하고 1만 달러를 돌파할 때 경쟁이 심화한다고 본다. 한국 역시 편의점이 도입된 198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기업들이 특히 다른 아시아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이들 나라 1인당 국민소득도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2년 기준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3950달러, 베트남은 4010달러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몽골 4210달러 ▲인도네시아 4580달러 ▲방글라데시 2920달러 등이다.
영국 식품 리서치 업체 IGD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동남아시아 편의점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9.1% 수준이다. 미국, 일본 같은 편의점 포화 시장과는 달리 아시아는 아직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현지화·한류 조합 전략 먹혀… 경쟁자는 日로손·세븐일레븐
한국 편의점들은 현지화와 한류를 전략적으로 활용중이다. 예컨대 몽골 편의점에서 한국식 어묵을 팔고, 현지식에 한국 식재료를 접목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한류 유행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GS리테일은 201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당시 GS리테일은 베트남 손킴 그룹과 손잡고 호찌민 지역에 1호점 열었고, 올해 2월 기준 262호점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GS25는 서클케이, 훼미리마트 등 GS25보다 4~6년 먼저 진출한 미국, 일본 등 해외 편의점 브랜드들을 제치고 남부 베트남 1위 편의점이 됐다. 베트남 식문화를 활용하고, 한국식 조리 식품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몽골과 베트남에만 1000여개의 한국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BGF리테일과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서 활약 중이다. CU는 2021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139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 전 세계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1호점도 개점했다. CU는 몽골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2025년, 2027년 5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2021년 6월 해외 진출을 시작해 현재 말레이시아 48호점, 싱가포르 3호점 등 총 51호점을 오픈했고 올 상반기 내로 캄보디아 1호점을 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5년 내로 300호점까지 확대하고, 캄보디아에서는 10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자도 있다. 일본 편의점 업체들도 꾸준히 아시아 지역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세븐일레븐과 로손 역시 향후 3년간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편의점을 1만500개 이상 열어 총 6만3000개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편의점이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업계 바람”이라면서 “한류와 제품력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에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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