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쳤으니"...목발 짚은 고민정 "광진을 메가교통허브로 만들 것"
"제가 광진을 대표주자로 다리를 다쳤으니 액땜했다 생각하시고 여러분들은 건강하기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아차산 어울림광장 인근 농구장에서 열린 '광진구 상공회산악회 시산제'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45)이 왼발에 깁스를 착용하고 양손에 목발을 짚은 채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자 사방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식 선거 기간이 아닌 때 마이크와 같은 확성장치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고 의원은 약 2주 전 인대가 상한 상태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러 발목 뼈가 부러졌다. 앞으로 약 2주는 더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4월 총선을 약 한 달 앞두고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강행군을 펼치는 시기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고 의원은 "중요한 시기에 다리를 다쳤다"며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에 "불편해도 다녀야죠. 진통제도 맞고 다녀야 할 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 의원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광진구에 위치한 중마초등학교, 구의중학교를 다녀 '광진사람 고민정'이란 홍보 문구를 지난 총선에 활용하기도 했다. 경희대 동아시아어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나운서 시절 대학시절부터 교제해 온 조기영 시인과 결혼해 남다른 '순애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경선캠프에 합류해 미디어본부 대변인 역할을 맡으면서 정계 입문했다. 이후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날 시산제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고 의원은 현장에 머무르면서 상공회 산악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번 만남이 처음이 아닌 듯 회원들과 스스럼 없이 한참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 산악회원은 이날 고 의원 동행 취재에 나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고 의원은 권위의식 없이 우리 모임에 자주 참석하신다"며 "광진구 발전을 위해 정말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국정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의원 스스로도 자신의 최대 강점을 '스킨십'이라 꼽았다. 고 의원은 "저의 선거 전략은 골목선거"라며 "그동안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자 분들 뿐만 아니라 중도층 또는 민주당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 분들과 오랫동안 대화하고 설명도 듣고 때로 술 한잔도 기울이면 많이들 이해해 주신다. 그래서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골목을 다니면서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만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고 의원은 시산제에 앞서 건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린 '건국 FC(Football Club) 시무식'에도 다녀왔다. 고 의원은 "시무식이나 시산제 모두 한 해를 시작하면서 고사를 지내고 서로의 친목을 다지며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체육 활동은 제가 특별히 중요하게 챙기는 분야이기도 해서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이 지역에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터를 닦고 성과를 쌓아둔 것은 '현역' 고 의원에게 유리한 점이다.
고 의원은 노룬산 영동교 시장 주차장 난제를 해결한 것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국비 94억원, 시비 37억원, 구비 26억원 등 총 사업비 157억원이 든 대규모 사업이었다. 고 의원은 "주차장 사업 단건에 그정도 규모 예산이 투입된 적이 없을것"이라며 "지역 특성상 단독·연립주택이 많다보니 주차장 문제를 해결해 달란 민원이 많았고 노룬산 시장 사례 뿐 아니라 소규모 주차장 문제들도 많이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화양 제일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도 공을 많이 들였다. 고 의원은 "시장을 잘 살리면 그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동 전체가 산다"며 "주변에 세종대학교나 건국대학교 등이 있다보니 1인 가구도 많다. 그런 특색을 반영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해야 할 일도 벌써 빼곡히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1호 법안까지 구상해 뒀다. 고 의원은 "여야가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거는 등 인근 강변역 등 지하철 2호선 지하화가 정말로 가능해지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것은 국철 지하화인데 저는 도시철도도 지하화하는 근거를 담은 법안을 (재선 후) 1호 법안으로 낼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에 더해 수서역 SRT(수서발 고속열차)를 강변까지 잇도록 해 광진을을 서울 동부권의 메가교통허브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이 외에도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사피'(SSAFY) 강북캠퍼스 유치를 통한 청년에 일자리 기회 제공 △청년 월세지원 △희망두배청년통장 확대 △KT첨단업무복합단지에 대기업 유치 △전통시장 활성화사업 추진 △광진구청 부지에 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과 생활체육 공간·녹지공원 추진 △경로당 주5일 점심제공 △1인가구 반려동물 의료지원 서비스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 의원은 또 "시민들을 만나보면 고물가 탓에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고 여겨진다"며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하도록 하려면 우리 당이 앞으로 정말 잘해야 한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차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광진구에서 43년을 살았다는 회사원 박 모씨는 "나라 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장사도 안 되고 영업도 안 된다"며 "경제도 어렵고 남북관계도 너무 불안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22대 총선에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광진구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만 55년을 거주했다는 한 사업가 김 모씨는 "건대 상권이 성수동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느낌"이라며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데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당선자가) 애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의원은 지난 21대 승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당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한 유권자는 "광진구 갑·을에 나온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만만치 않더라. 그렇지만 고 의원도 정말 열심히 잘 한다"고 했다.
◇서울 광진을은?
서울 광진을은 서울 '한강벨트'에 위치한 지역구 중 하나로 이번 총선은 '대리복수전'으로 관심을 끈다.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붙기 때문인데 오 전 의원은 서울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친오세훈계' 인사로 통한다. 바로 직전 선거인 지난 2020년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고 의원에게 단 2746표차(2.55%p)로 졌을 만큼 초접전이었다.
서울 광진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5·16·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곳인 만큼 한 때 민주당 텃밭(양지) 중의 텃밭으로 여겨졌다.
반면 지난 20대 대선과 최근 지방선거에서는 내리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를 거둬 지역색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경호 현 광진구청장은 12년 만에 국민의힘에서 나온 당선자였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의 광진을 지역이 중도층 표심을 확인할 수있는 '바로미터' 지역이 될 것으로 봤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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