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회장님, 어깨 들썩이며 한곡 뽑더니…“예술인 밥 많이 사줘야”
한국메세나협회장 취임
“예술은 선택 아닌 필수
기업 뿌리 튼튼하게 만든다”
비비의 노래 ‘밤양갱’의 인기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과자회사 회장님은 어깨를 들썩이며 대뜸 판소리 단가 ‘사철가’의 한 소절을 신명나게 불렀다. 2월 말, 제12대 한국메세나협회장으로 취임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예술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경영인이었다.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윤 회장은 “문화예술은 이제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메세나는 단순히 예술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이고 저에게 앞으로 과제가 많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윤 회장은 주중에는 주로 직접 일군 100만평 규모 조각공원인 송추 아트밸리에 머문다. 최장수 조각가가 17년째 상주 중일 만큼 조건없이 운영되는 레지던스도 있는 이 곳에는 직원들이 만든 조각도 함께 전시된다. 직원들이 판소리를 배우거나 공연 참여하는 것도 권장해왔다. 예술을 알게되면 창의성도 저절로 생긴다는 철학 때문이다.
‘국악 지킴이’로 이름난 그에게 향후 메세나의 방향성을 물어보니 “제가 아는 게 국악이다. 예술 장르의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통 음악의 활성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우리 직원들이 영업점 점주들과 가족을 공연에 초청하며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시(詩)와 조각을 통해 예술적 안목을 키우며 좋은 신제품까지 만드는 것을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직원이 행복하니 기업 성과도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에게 예술을 지원하는 효과를 즉각적으로 기대하면 안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예술인을 후원하고 공연을 고객에 선물한 덕분에 매대에 과자 하나라도 더 진열되면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거다. 아트 경영이 거창한게 아니다. 국악의 덕을 회사가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있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특히 한국메세나협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의 정부지원 예산 감소에 큰 우려를 보였다. 기업 후원금에 문예진흥기금을 매칭하는 이 펀드는 지금까지 17년간 약 527억 원이 집행됐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약 30억원 규모로 2021년 대비 24% 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윤 회장은 “매칭펀드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으로 정부기금 투입 대비 기업지원금이 3배 이상 지원됐고, 이는 사회적 효과를 감안할 때 백배, 천배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메가톤급 효과가 있는 매칭펀드 예산 증액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누리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좋은 예술이란게 콩쿠르 1등만은 아니다. 예술을 사회적으로 같이 공감하고 즐기고 그러는 사회가 되야한다. 예술인을 돕는 방법도 어려운게 아니다. 밥을 사주면 된다. 그러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예술가의 발상과 아이디어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 창의성을 느끼면 뜯어 말려도 지원하게 될 거다. 나한테 조각은 왜 좋아하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이렇게 답한다. 과자도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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