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14.5% 늘린 LG엔솔…더 빨리 도망가는 CATL

안정준 기자 2024. 3.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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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지난해 1조원에 육박했다.

CATL의 R&D 투자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만으로도 LG엔솔 연간 투자의 3배에 육박한 약 2조7500억원이었다.

LG엔솔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3.7%, 3.4%였고 전체 투자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 지난해엔 2.9%로 오히려 평년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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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R&D 투자 추이/그래픽=조수아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지난해 1조원에 육박했다. 역대급 규모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1위 경쟁을 벌이는 중국 CATL과 비교하면 갈길이 멀다. 그동안 양적 투자에 집중한 LG엔솔은 엔지니어출신 새 수장을 필두로 기술력 중심의 '질적 성장'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가 CATL과 기술 '샅바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LG엔솔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인식한 R&D 총액은 99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보다 14.5% 늘어난 규모다. LG엔솔은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된 2020년 이후 매년 R&D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2021년 6540억원이던 투자는 2022년 8761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엔 1조원에 근접했다.

LG엔솔 배터리 기술은 LG화학 배터리사업부 시절부터 누적된 투자를 발판으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LG엔솔이 등록한 지재권은 총 2만9000여건으로 출원된 특허를 포함하면 5만여 건에 달한다. 배터리 셀 뿐만 아니라 배터리 팩,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지식 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R&D 투자 규모 관련, 업계에선 맞수 CATL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ATL의 R&D 투자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만으로도 LG엔솔 연간 투자의 3배에 육박한 약 2조7500억원이었다. 이 같은 CATL 투자는 전년보다 40% 늘어난 규모였다. 매출 대비 비중으로 따져도 LG엔솔의 R&D 투자는 CATL에 미치지 못했다. LG엔솔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3.7%, 3.4%였고 전체 투자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 지난해엔 2.9%로 오히려 평년보다 하락했다. CATL의 R&D 비중은 5%가 넘는다.

이처럼 LG엔솔의 R&D 투자가 CATL에 미치지 못한 까닭은 그동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된 탓으로 파악된다. 2021년 4조원이던 LG엔솔의 설비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은 2022년 6조30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엔 1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장에 대비해 천문학적 자금을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사이 R&D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셈"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이 이처럼 설비를 중심으로 한 양적 성장에 집중한 사이 CATL은 글로벌 시장에서 LG엔솔과의 점유율을 빠르게 좁혔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LG엔솔의 점유율은 27.8%로 1위였지만 2위 CATL과의 차이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올해 1월 월간 기준으론 CATL 점유율이 25.8%로 LG엔솔을 1.4%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따라잡히는 데다 R&D 투자 규모까지 벌어지면 결국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를 매출대비 5% 수준까지 늘리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은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지금은 R&D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관건은 LG엔솔의 투자 의지다. LG엔솔의 새 수장이 된 김동명 사장은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가진 엔지니어로 배터리 연구센터를 거쳐 자동차전지 사업부장까지 맡아 R&D에 대한 노하우가 깊다. 업계는 LG엔솔이 향후 얼마 만큼 R&D에 진심일지 주목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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