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자유가 공존하려면…[신간]

2024. 3. 1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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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8000원



돌봄과 자유는 공존할 수 있을까. 일본의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에서는 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는 시간에 먹고 잘 수 있다. 음식은 식판이 아닌 그릇에 담겨 나온다. 격리하지도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 외출할 수 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 즉 당사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한다. 당사자는 기존 생활 리듬대로 지낼 수 있다.

저자는 이 시설을 총괄하는 소장이다. 인지 저하증(치매)을 병이 아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인지 저하증으로 겪는 혼란에 ‘동기화’를 시도한다. 동기화가 성공하면 돌봄을 하는 이도, 받는 이도 편해진다. 다만 동기화만을 목표로 하면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게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외려 동기화에 실패하면 더 자유롭게 해방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기화하기 위해 두 사람이 노력하는 시도 자체에 돌봄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동기화와 어긋남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는 ‘두 사람의 나’가 되고, 나아가 ‘우리’가 나타난다.

저자는 돌보는 이의 자유도 강조한다. 돌봄을 하다 보면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할 때가 있다. 상냥한 줄만 알았던 자신에게서 낯선 ‘나’가 튀어나오고 스스로가 붕괴하는 순간이다. 자칫하면 학대와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그래서 직원들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도주’를 인정한다.

저자는 시설과 시설 밖의 사람, 정상과 비정상으로 양분하고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람은 가둬도 된다고 여기는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이론에 담기지 않는 돌봄의 본질,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상호작용, 돌봄과 자유의 공전, 시설의 탈시설화 가능성 등을 고찰한다.

■오늘도 구르는 중

김지우 지음·이해정 그림·풀빛·1만3000원



뇌성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저자가 초등학생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휠체어를 탄 사람을 ‘특이한’ 사람으로 만든 건 바로 우리 사회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엄마의 환경 수업

정명희 지음·북센스·1만7000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환경 문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10대 자녀들에게 설명한다. 환경 문제를 일상과 결부해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참고 사진과 도표도 실었다.

■울지마톤즈 학교

구수환 지음· 북루덴스·1만8000원



2001년부터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인 톤즈에서 구호, 의료, 선교 활동 등을 하다가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삶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는 이 신부의 삶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탐구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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