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밤피꽃' 히어로 이하늬는 왜 '조선 과부'였을까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4. 3.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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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집필한 이샘·정명인 작가
MBC 제공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하 '밤피꽃')은 신인 작가들이 공동 집필한 산물이었다. 이들은 이하늬가 맡은 과부 여화를 통해 조선 후기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제약을 유쾌하게 비틀었다. 뭐든지 해내는 '슈퍼 히어로'보다는 '생활밀착형 히어로'를 원한 까닭도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주인공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화는 과부이자 히어로다. 이샘·정명인 작가는 이런 여화의 속성을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사회적 통념과 제약 속에서 사대부가 과부로 살아간 삶도 여화의 것이었고, 그런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자기가 할 일을 찾아 약자들을 돕는 삶 역시 여화의 것이었다. 이 균형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밤피꽃'은 시청자들의 폭 넓은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었다.

'밤피꽃'은 약자이면서 동시에 이를 통쾌하게 극복해내는 여성 히어로를 묘사한다. 비록 아직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과거 다른 히어로들을 기다려야만 했던 여성 캐릭터들의 비약적인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누구나 자기 주체적인 삶을 중요시 여기는 시대이기에 더욱 여성 히어로물이 대세가 된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밤피꽃'은 어떤 차별점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을까. 다음은 이샘·정명인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Q 신인 작가들의 입봉작인데도 '밤피꽃'이 18%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A 이샘 작가(이하 이)> 너무 꿈 같아서 그런지 현실감이 없네요. 믿고 보는 장태유 PD님과 이하늬 배우님, 그리고 쟁쟁한 여러 선배님이 함께해주셨기에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잘됐으면 했지만, 너무 큰 사랑을 신인 작가가 받은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명인 작가(이하 정)>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좋은 결과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꿈에도 예상 못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시청해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시청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MBC 제공

Q 조선시대 과부 여화의 히어로 이중생활이란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준 것 같다. 이하늬가 코믹한 히어로물을 많이 하긴 했는데 왜 시대배경을 조선시대로 설정했고,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했나

A 이> 조선 후기의 여성들은 사회적인 제약이 많았고 나를 위한 삶보다 가문을 위한 삶을 살았기에 오히려 여화를 통해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여화는 그런 사회적인 통념과 제약 속에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몸부림쳤던 캐릭터였고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완벽한 히어로의 모습보다는 과부로서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여성의 두 모습이 공존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직접 겪고 있는 삶이었기에 시청자분들이 여화의 삶을 응원하고 통쾌하게 여겨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정> 사회적 제약을 깨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들,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과부가 주인공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드라마 속에는 높은 담을 뛰어넘는 걸 주저하지 않았던 멋진 여주인공 여화 뿐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신분과 상관없이 능력껏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했던 선왕, 그 뜻을 좌절 가운데서도 15년 간 잊지 않는 임금 이소와 윤학, 신분적 차이가 있는 윤학과 연선의 사랑, 당시엔 상상조차 힘든 외국인을 사랑했던 석정 등 시대적 규범과 제한을 넘어 용기있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결국 처음엔 아비의 노름빚에 팔려갈뻔 했던 어린 꽃님이 드라마 마지막엔 글을 배우며 더 나은 앞날을 꿈꾸는 빛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분명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Q 엄격한 유교 질서에 다소 억압적인 조선시대 분위기를 굉장히 풍자적으로 풀어냈다.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었겠다

이> 주제가 무거웠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회적인 억압에 눌리지 않기를 바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시대에 등장하는 히어로가 아닌, 직접 삶을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로 풀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낮과 밤이 다른, 낮에는 과부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밤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복면을 쓰는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약간은 삐걱거리더라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고구마보다는 사이다를 주는, 유쾌한 드라마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정> 사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인데, 그 주제를 진중하게 푸는 방식과 유쾌하게 푸는 방식 중에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덜 힘든 방법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분들에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드리는 드라마가 되길 소원했습니다.

MBC 제공

Q 드라마를 이끈 여화 역의 이하늬, 수호 역의 이종원에게 특별히 캐릭터나 내용 표현을 위해 부탁한 지점이 있다면

이> 사실 따로 부탁드린 점은 없었습니다. 여화라는 캐릭터 자체는 이하늬씨를 많이 닮았고 수호 또한 이종원씨 아니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걸리는 지점 없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드라마가 들어가기 전 주제 의식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 정도만 말씀드렸고 대본 행간의 공백을 풍성한 연기로 채워주셨습니다.

정> 작품의 주제 의식에 공감해 주셨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워낙 뛰어나신 배우분들이라, 너무나도 멋진 조여화와 박수호를 만들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회 저희도 감탄하며 시청했습니다.

Q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고, 암시가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혹시 기대해봐도 될까

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집필을 하진 않았지만 막상 떠나보내는 게 작가로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합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꽉꽉 채우고 싶은 욕심은 나지만 시청자분들을 위해 여백의 미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 의미 있다 여겨집니다. 하지만 다시 '밤피꽃 시즌2'가 만들어지는 현실 조건이라면 기꺼이 하겠죠?

정> '그 후로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글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시즌2 가능성은 집필 당시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시청자의 입장으로 드라마 마지막회를 보니,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 그 이후의 모습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러나, 시즌2는 막연한 소망 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거라서 현실적인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Q 사극에 사회 부조리, 각종 정치적 사건과 로맨스까지 다뤄졌다. 균형감이 상당히 중요했을 듯한데 가장 고심했던 집필 포인트가 있다면

이> '열녀'라는 소재를 단순히 코믹으로만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코믹과 진지의 연기 폭이 넓은 이하늬씨의 강점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캐릭터는 코믹하지만 서사는 무겁고 진지한 그 시대를 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느 한쪽으로 쏠릴까봐 정명인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율해나갔습니다.

정> 무거운 과거 서사와 그로 인한 사건, 그리고 정치 대립 이야기는 이 드라마를 받치는 밑받침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얼개를 이해하기 쉽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촘촘히 짜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그걸 풀어가는 방식은 유쾌하고 통쾌하게 해 나가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MBC 제공

Q 최근 여성 히어로물이 대세가 되어가는 추세다. 이전에는 남성 히어로들이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지켜주는 서사였다면 이제 약자 스스로가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 사회의 흐름이 의존적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드라마에도 이 같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 자신을 둘러싼 많은 제약과 고단한 현실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사회 흐름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이 사회를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바로 그 한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되어야 한다는 의지도 커지고 있고요.

Q 어떻게 보면 유치하지만 단순 명쾌함이 좋아서 보게 된다는 평도 꽤 많았다. '밤피꽃'의 어떤 점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을까

이> 개인적으로는 드라마가 많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든지 볼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드라마, 선과 악이 분명하고 목적하는 바가 뚜렷했기 때문에 따라가기 쉽고 시청자 유입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걸 넓게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이하늬씨였고 자칫 놓칠 수 있는 깨알 개그까지 디테일하게 잡아주시는 장태유 PD님과의 시너지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정> 주제의식은 무겁지만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좋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신 장태유 PD님, 대체 불가한 조여화를 구현해 주신 이하늬씨를 비롯해 모든 배우분들이 대본을 쓴 저희들도 상상할 수조차 없는 너무 근사한 인물들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Q 혹시 차기작이 있다면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밤피꽃'이 끝나고 머리를 식히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이번엔 코믹 활극이었으니 다음 작품은 코믹 로맨스를 써볼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웃었다는 주변의 반응을 보며 작가로서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행복한 드라마, 설레는 드라마를 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아직 '밤피꽃'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서 구체적인 차기작을 구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장르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고단한 일상에 위로가 되는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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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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