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택배 과대포장 규제, 정교한 보완책으로 '레드팀' 환경부 위상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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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과대포장 규제가 사실상 미뤄졌다.
친기업·시장 성향이 뚜렷한 현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택배 포장 규제를 사실상 2년간 유예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만큼 이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생활용품의 거의 전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품목 탓에 택배 과대포장의 일률적 규제가 어려운 측면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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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택배 과대포장 규제가 사실상 미뤄졌다. 친기업·시장 성향이 뚜렷한 현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지도, 정책 실행의 의지도 제대로 보이지 못하다가 무기력하게 물러선 모양새 때문이다.
환경부 역할론에 대한 빗발치는 성토는 비단 이번 택배 포장 규제 후퇴 때문만은 아니다. 일회용품 사용제한 무기한 유예에 이어 그린벨트를 대거 풀겠다는 방침 등 환경 보전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가치에 역행하는 듯한 행보가 켜켜이 쌓여온 영향이 크다. 합리적 규제 해소란 해명에도 개발 위주 정부 기조 속 환경부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책에 있어선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정책이 중간에 바뀌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잦아져 불확실성이 커지면 정부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권위도 잃게 된다. 가치 지향점이 다른 정권으로 교체되더라도 핵심 정책에 있어선 연속성이 보장돼야 국민들과 산업, 시장이 순응하고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택배 포장 규제를 사실상 2년간 유예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만큼 이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 및 평가와는 별개로 이제는 향후 정책 수정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환경부가 단속을 2년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내놓은 가이드라인 중 일부에선 벌써부터 여러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물 포장 횟수 예외 규정과 단속 시점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해외직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에서 국내 업체만 규제 대상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생활용품의 거의 전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품목 탓에 택배 과대포장의 일률적 규제가 어려운 측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택배 등 관련업계도 더 이상 변명만 늘어놓을 수는 없게 됐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에 맞춰 과대 포장을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택배 포장 기준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업계 의견과 주요 쟁점, 규제 영향 등 지난 2년간 축적한 내용으로 현상파악은 충분히 이뤄졌다. 이를 토대로 촘촘하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 업계 혼란 최소화 및 추가 의견수렴을 감안하면 가이드라인 제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규제는 성가시고 불편하다. 환경부가 타 부처나 기관들로부터 비판과 견제를 받는 이유도 규제 부처인 탓이 크다. 정부 내 '레드팀' 역할을 맡은 환경부의 숙명이다. 위축될 법한 상황이지만 정교한 제도 보완책으로 최근 불거진 잇단 '정책 후퇴', '역할론' 논란을 잠재우길 바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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