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에 무더기 사직 우려… 인천지역 전공의 복귀 고작 15명
인천 지역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및 출근 거부가 1개월여 이어지면서, 일선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교수 등 전문의들이 극심한 피로감에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며 사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전체 전공의 540명 중 471명(87.2%)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365명(77.4%)이 출근하지 않았다. 현재 시는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불이행확인서를 보내고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행정처분 및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현장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고작 15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률은 종전 80%에서 57.6%로 대폭 줄여 운영 중이다. 가천대 길병원의 병상가동률을 51%, 인하대병원는 60%이다. 중증이 아닌 환자들의 수술을 연기하는 등 수술 건수도 평상시의 40~50%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입원환자가 줄어든 외과·비뇨기과 등의 병동을 통합해서 한 병동으로 줄이는 한편, 간호사 및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등을 권고하는 등 비상 운영 중이다.
지역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절반쯤 돌아오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도로 이들의 복귀 가능성은 낮다”며 “전공의가 많이 있던 내과 등은 이제 과거처럼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보건 당국은 진료보조(PA) 간호사 464명 및 공보의 4명 등을 투입해 의료 공백을 막으려 했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로인해 현장에 남아 전공의 대신 업무를 맡은 전문의나 교수 등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야간 당직을 격일로 서는데다, 각종 전공의 업무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정규 근무를 비롯해 한번에 36시간씩 서는 야간 당직을 1주일에 3번씩 서고 있다”며 “이제 1개월 가까이 되어가는데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져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올 전공의들을 기대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이젠 다음주가 고비”라며 “이미 ‘우리도 같이 사직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하는 교수들도 단체 사직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보건 당국은 2~3주 안에 전문의들 중에서도 사직서 제출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인천 상급종합병원에 있는 전문의는 인하대병원 280명, 길병원 300명 등 모두 824명에 이른다.
시는 현재 대형병원 전문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전문의나 교수까지 그만두는 위험 수준은 아니”라며 “다만, 다음주부터는 사직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천시, 네이버 라인프렌즈(IPX) 유치로 미래 신도시 가치 높인다
- 수원 현대건설, 7연승 파죽지세…흥국생명 맹추격
- 14년 만의 WK리그 제패 수원FC, 시민과 함께 팬페스타 ‘성황’
- 경기 시흥·김포, 인천·강화에 폭풍해일주의보
- 중고거래 사기꾼, 출소 10개월 만에 또 교도소행
- 수능 ‘D-1’ 예비소집·출정식…“선배, 수능 대박 나세요” [현장, 그곳&]
- 빛 잃어 가는 ‘인천민주화운동’…먼지만 쌓여 가는 역사 유인물
- 전문가 제언 “도입 규모에 맞춰 큰 그림 다시 그려야” [경기남부 외국인력 실태조사]
- 여주 남한강에 비친 가을 풍경 [포토뉴스]
- 정치인 가방끈 확인했더니...한국이 가장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