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도 제도권 편입 초읽기…날개 단 비트코인, ‘천장’ 사라지나
현물 ETN 승인 ‘긍정적’ 입장
런던거래소는 “상장 신청 접수”
기관투자가 시장 진입 길 확장
국내 승인 가능성은 아직 낮아
금융위원장 “입장 변화 없다”
101일. 5000만원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이 1억100만원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올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데 이어 영국에서도 관련 금융상품 승인을 검토하면서다.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의 ‘큰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게임체인저’로 참여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의 거래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12일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한때 1억198만원까지 오르며 전날에 이어 최고점을 경신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날 비트코인은 개당 7만2850달러(9534만7192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이 급등을 이어간 것은 영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증권(ETN) 승인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이날 기관투자가에 한해 가상통화 기반 ETN 승인 신청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관련 ETN 참여는 금지했지만, 기관투자가에겐 가상자산 투자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같은 날 런던증권거래소도 오는 2분기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N 상장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뉴욕과 런던이 라이벌 관계다 보니 미국으로만 자금이 쏠리는 걸 볼 수 없다는 심리도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영국 모두 가상자산과 자본시장의 결합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비트코인은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앞두게 됐다. 이미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자본시장의 ‘큰손’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올 길도 넓어졌다.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회계 제약이나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어려웠다. 현물 금융상품은 이런 문제를 피해 자본가들이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큰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가상통화의 상승세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2021년에 있었던 상승기에는 양적완화로 넘치는 유동성을 타고 대부분의 가상통화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비트코인이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통화)은 대부분 연고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고정적으로 뒷받침되지만, 자본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알트코인엔 온기가 그만큼 퍼지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금융상품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금융당국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의 현물 ETF 국내 승인 가능성에 대해 “입장 변화가 없다”며 일축했다. 업계와 전문가는 추후 국내에서도 ETF 승인이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 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7월에 가상자산보호법이 시행되고 정착된 이후 여야 정치권 합의가 된 다음에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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