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3500억 날려"…'채소가게 전설' 풀무원에 무슨일이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영구채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
부실 깊어져…구조조정 절실
1981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앞에 작은 채소가게가 문을 연다. 풀무원직판장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는 경기도 양주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 과일·채소·두부를 공수해 팔았다. 압구정동 일대의 주부들 사이에서 이 가게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신선한 유기농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이 채소가게는 방배동, 대치동, 여의도, 광장동을 비롯한 서울의 대표 고급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분점을 내는 등 빠르게 몸집과 자본을 불렸다.
1984년 이 회사는 풀무원으로 법인으로 전환했다. 뒤어어 포장두부, 콩나물, 녹즙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진출한 사업들이 성과를 내면서 1992년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즈음에 해외로도 눈을 돌린다. 1991년 미국법인을 세우고 현지 교민을 공략하고 나섰다. 2013년에는 일본 두부업체를 인수하면서 일본 식품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하지만 해외에서 최근 10년 동안 3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부실이 번져가자 풀무원은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대거 발행했다. 회사 살림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은 이날 영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명목 만기는 30년이다. 하지만 이 영구채에는 풀무원식품은 발행일로부터 2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도 붙어 있다. 이 회사는 2021년에 585억원, 2022년에 170억원, 지난해엔 200억원어치의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매년 170억~580억원어치씩 발행하고 있다.
풀무원도 영구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과 2023년에 각각 700억원, 1000억원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풀무원과 풀무원식품은 이들 영구채를 회계기준에 맞춰 모두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관례상 2~5년 안에 콜옵션을 행사해 영구채를 상환할 전망이다. 이처럼 영구채 발행사·투자자가 콜옵션 행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영구채 상당수를 부채로 회계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구채 발행은 물론 투자유치도 진행했다. 풀무원 자회사인 풀무원샘물은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우선주를 발행해 400억원을 조달했다.
풀무원 등이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결과다. 풀무원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32.4%로 전년 말에 비해 50%포인트가량이 뜀박질했다. 영구채 등을 발행하지 않았으면 부채비율은 400~500%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의 총차입금은 8640억원에 이른다. 차입금으로 잡히지 않는 영구채까지 더하면 9000억원을 웃돈다. 연간 이자비용만 400억~500억원에 이른다.
풀무원 실적이 나빠진 것은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해외법인 부실 탓이다. 풀무원식품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와 일본법인인 아사히코는 최근 10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합산 누적으로 347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풀무원식품은 1991년 풀무원USA를 세웠다. 풀무원USA는 미국 교민 시장을 기반으로 두부, 소스 등의 사업을 했다. 현지 파스타업체인 고메이푸드와 두부업체인 비타소이 등을 인수했지만 적자는 이어졌다. 풀무원식품은 2013년에 일본 두부기업인 아사히코를 인수했지만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풀무원식품은 두 법인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모회사인 풀무원식품의 여러 차례 손을 벌렸다. 풀무원식품은 유상증자로 2300억원어치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법인의 적자는 이어지는 만큼 풀무원과 풀무원식품이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올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사업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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