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탈세 추징액을 기업가치에 더했다… 고평가 논란 휩싸인 노브랜드

배동주 기자 2024. 3.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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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ODM업체, 코스닥 상장 추진
희망 공모가 8700~1만1500원
상장 후 기업가치 942억원 추정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노브랜드가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희망 공모가 범위를 8700~1만1500원으로 산정하고, 상단 기준 총 138억원을 모집해 생산 설비 확충과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공모가 기준 몸값이 1000억원 미만이라 흥행 성공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래도 고평가인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3분기까지 48억원인 순이익을 111억원으로 연환산했기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세무조사 추징액을 순이익에 가산했다. 탈세로 인한 추징금을 낸 것인데, 이를 일회성 비용이라며 아예 없는 셈치고 기업가치를 계산한 것이다. 또 해외 상장사를 비교기업에 포함, 몸값을 부풀렸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노브랜드 CI.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5월 코스닥시장 입성 방침을 정했다. 작년 4월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8개월여 심사 끝에 승인을 획득했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노브랜드는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12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과 정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8700~1만1500원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모집(매출) 총액은 138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942억원으로 집계됐다.

노브랜드는 의류 주문자위탁생산(OEM)은 물론 제품 기획에서 이미 디자인에 참여하는 ODM 업체로 1994년 설립됐다. 의류 브랜드 ‘갭’과 ‘MLB’, ‘디스커버리’ 등 일부 제품을 자체 디자인해 생산한다. 이마트의 ‘노브랜드’와는 다른 곳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퍼시픽선웨어’와 ‘캘빈클라인’ 등으로 고객사 확장이 예정된 만큼 공모자금으로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공모자금 일부를 채무상환에 활용, 39%를 넘는 차입금 의존도도 낮추기로 했다.

기업 사이즈가 작다 보니 흥행 성공 가능성은 없지 않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하냐고 묻는다면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연환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111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48억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분기당 12억원의 순이익을 낸 셈으로, 연환산 시 60억원 수준이 돼야 하지만 약 2배로 늘렸다.

연환산 당기순이익 111억원은 노브랜드가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을 83억원으로 자의 추정하면서 가능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비정기 세무조사 이후 추징한 35억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치환, 누적 당기순이익에 추징금을 더해버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가 기업가치 산정에 비교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한 것을 고려하면 당기순이익은 몸값을 가르는 핵심 지표”라면서 “미납 법인세였을 35억원을 나가지 않은 돈으로 자의 추정해 연환산 순이익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가 비교기업에 포함한 대만 상장사 2곳도 몸값 부풀리기 수단으로 지목받고 있다. 회사는 PER 배수 산정 비교기업으로 신원, 한세실업,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호전실업 등 5곳을 선정하고도 대만 상장사 2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연환산 당기순이익 111억원에 평균 PER 11.33배를 적용했다. 국내 기업들의 평균 PER이 5배로 낮았지만, 대만 기업(텍스타일컴퍼니 28.88배, 마카롯인더스트리얼 21.64배)의 평균 PER이 25배에 달한 덕이다.

노브랜드 의류 ODM 고객사 현황. /노브랜드 제공

노브랜드의 희망 공모가 밴드 8700~1만1500원은 기업가치 1258억원에 상장 후 주식 수를 나눈 뒤 31.21%~9.08% 할인율을 가산한 값이다. 할인율 역시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주당 평가액 대비 할인율(38.2~26.1%)에 못 미쳤다.

노브랜드와 상장 주관사도 고평가 논란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장 직후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량을 공모 후 상장 주식 수(819만2128주)의 22.74%로 제한한 것은 물론, 상장 후 자사주 소각을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창업자인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은 보유 중인 보통주 54만230주를 공모 이후 상장 신청일까지 회사에 무상증여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현재 노브랜드 지분의 42.35%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장 후 29.37%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인기로 첫날 주가는 좋을 수 있겠지만, 이후 곧장 주가가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대로라면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심사를 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브랜드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미 예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 일정을 최대한 느슨하게 짰다. 당장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이 내달 30일부터로 예정돼 있다. 일정 변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상장은 오는 5월 중으로 잡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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