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제도개선 어떻게…고위험상품 판매 제한되나
내부통제 강화, 금소법 보완, 판매절차 개선 등 초점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만간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원금보장 성격이 강한 은행에서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개선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ELS 주요 판매사 검사 결과를 즉시 공유받으며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는 연구기관의 검토의견을 반영한 초안을 마련한 단계로 빠른 시일 내에 은행 및 금융투자업권과의 소통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신속 신용회복지원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서 ELS 사태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조사해 그 결과가 어느 정도 나왔다"며 "그 내용에 따라서 제도개선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한 뒤 제도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ELS 사태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미준수, 일선 영업점에서의 불완전판매 등 크게 세 가지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강화, 금소법상 미비점 보완,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판매 프로세스 개선 등을 제도개선안의 주요 포인트로 잡고 있다.
ELS 제도개선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안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의 은행 판매 제한으로 금융당국도 이를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S) 사태 당시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 판매금지시 예외적으로 허용한 부분에서 또다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만큼 판매상품 범위 재검토에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제조·판매 규율체계까지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ELS 같은 복잡한 구조의 고위험 상품을 은행 창구 직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팔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가 반복되고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다만 은행에서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은행들로부터 지나친 영업규제라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DLF사태 이후로 고난도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 판매를 금지했으나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H지수 등)이고 투자자보호 장치가 강화된 공모펀드는 판매를 허용해왔다.
은행권의 입장을 대표하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업을 포함해 금융이 가야 할 길이 개인고객의 자산관리"라며 "어느 상품을 파느냐 마느냐보다는 시스템을 갖춰서 고객의 자산관리 선택권을 줘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고객의 선택권이 좁아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며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금지에 반대 입장을 냈다.
김 위원장도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은행 채널에서 판매 금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판매 채널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또 다른 이슈"라며 "그것은 따로 분리해서 검토해야 될 상황이다. 종합적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에 제도 개선을 해야 될 필요는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도심 지역에 있는 자산관리(WM) 특화 지점에서만 고난도 상품 판매를 허용하거나 농촌 주변 등 소비자 성향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지점은 판매를 제한하는 식의 채널별 규제가 거론되고 있다.
은행 직원이 고난도 상품의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숙지하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담길 수 있다.
금소법이 제정됐음에도 다시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금소법을 보완하고 금융사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재정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기존 금소법 등 관련 법·제도상으로 보완할 측면이 있고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영업 관행 및 가치관 문제 쪽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도 복합적으로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번 금감원의 ELS 주요 판매사 검사에서도 투자자 손실 위험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영업목표를 과도하게 높여잡고 성과지표(KPI)를 부적정하게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반면 고위험상품의 판매한도 관리나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은 소홀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단기성과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은행 직원의 KPI 배점에 고위험 상품 실적의 비중을 줄이고 고객의 저조한 수익률이 KPI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모범규준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고위험 상품 관련 판매한도 관리와 관련해서도 내부 리스크관리기준을 보다 엄격히 정비토록 해 우회적으로 한도를 늘리거나 예외한도를 두는 일이 없도록 할 전망이다. 상품선정과 판매한도 등을 결정하는 임원급 협의체인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운영 실효성을 높이고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소법과 관련해서도 형식적인 준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 준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토록 실효성 있는 규제 보완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이 투자자에게 적합하고 적정하게 판매됐는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이뤄졌는지, 불공정영업행위나 부당권유는 없었는지, 금융상품 광고에 허위·과장은 없었는지 등을 따지는 6대 판매원칙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은 기준이 모호해 판매사가 자의적 해석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준수에 그칠 경우 오히려 금융사가 불완전판매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금감원 검사에서도 일부 ELS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을 부실하게 설계해 노후자금 마련이 목적인 고객에게 판매하거나 원금보존을 희망하는 ELS 판매 부적합 투자자에게도 가입이 가능하게 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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