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어찌 막나' 환상적 제구→일제히 감탄, '최고 148㎞' 구위까지 장착하다니
"류현진 선배의 모든 구종이 완벽했던 거 같다."(김도영)
TV를 통해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숱하게 봤다. 불펜 피칭과 청백전에서도 경험했다. 그러나 실전무대에서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또 달랐다. 실점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류현진이라는 대투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62구를 뿌리며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청백전에서 3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했던 류현진은 이날도 실점을 했다.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곁에서 대선배의 투구를 지켜본 후배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지막 KBO리그 시즌이었던 2012년 이후 무려 12년이나 흘렀다. 스스로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엄청난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쌓았고 그만큼 더 성장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KBO리그 시절의 류현진도 겪어보지 못했다. 실전 투구에 나선 류현진을 보고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KIA 타선은 지난해 팀 타율(0.276)을 비롯해 홈런(101개), 타점(673), 득점(726), 장타율(0.390), OPS(출루율+장타율·0.735) 모두 2위였다. 올 시즌 이범호 감독이 4번 타자로 낙점한 나성범이 부상으로 58경기 출전에 그쳤다는 걸 고려하면 올 시즌 KIA 타선이 얼마나 뜨겁게 불타오를지 쉽게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런 KIA 타선은 류현진을 상대로 1회초 강하게 맞섰다. 박찬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이우성이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익수 우측 2루타를 날렸고 이어 김도영이 초구부터 류현진의 속구를 공략해 1타점 선제 적시타를 기록했다.
3회초엔 1회 2루타를 날린 이우성에게 보란 듯이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김도영은 2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4회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두 타자 나성범에게 1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했으나 채은성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 장면이 류현진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소크라테스에게 1구 커브, 2구 속구를 높낮이만 다르게 해 바깥쪽 존에 걸치게 던졌다. 소크라테스는 가만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3구는 더 낮은 속구로 소크라테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같은 팀에서 지켜본 노시환은 "살면서 본 투수 중 제구가 가장 좋다"며 "청백전 때도 느꼈지만 어이없는 공이 아예 없고 모든 구종을 던지고싶은 대로 던지는 능력이 있다. 수비할 때도 편했다. 수비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볼넷이 많아지면 수비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템포도 빠르고 제구도 좋아 수비에서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줘 수비가 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도영은 안타를 만들어냈음에도 류현진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첫 타석 들어가기 전에 공을 많이 보려고 생각했는데 찬스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타격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와 기뻤고 우리나라 최고 좌완투수랑 상대를 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류현진 선배의 모든 구종이 완벽했던 것 같다. 특히 제구력이 워낙 뛰어나고 빠른공이 구속에 비해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값진 경험을 한 거 같다"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최대한 공을 많이 보려고 했다. 다양한 구종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규 시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류현진의 투구에 더 많은 타자들이 놀랄 일만 남았다. 류현진은 오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 한 번 더 던진 후 23일 LG 트윈스와 개막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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