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포기하고 싶었고 현타도 왔다" 33세 생애 첫 대표팀 발탁, 주민규에게 중요했던 '꺾이지 않는 마음'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주민규(33, 울산HD)에게 대표팀은 아픔이었다.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지만, 태극마크는 주민규를 외면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꺾이지 않았고 마침내 늦깎이로 첫 대표팀 승선의 꿈을 이뤘다.
주민규는 2013년 고양 Hi FC에서 프로 무대에 진입한 이후 서울이랜드 등을 거쳐 존재감을 보였다. 공격수로 포지션을 굳히면서 K리그 대표 토종 골잡이로 맹활약했고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 외인들과 리그 득점왕 경쟁을 했다.
늦게 핀 꽃이었지만 유독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공격수로 맹활약했던 시절 황의조, 조규성에게 밀려 파울로 벤투 감독 눈길을 받지 못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외면했다. 붙박이 공격수 황의조가 사적인 이유로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하자 주민규에게 시선이 쏠렸는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고 황선홍 임시 감독 아래에서 변화 조짐이 보였다. 태국과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두 경기만 맡는 지도자였지만 주민규에게 기회를 줬다.
"3년 동안 50골을 넣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며 명쾌한 발탁 이유를 말했다. 그동안 주민규를 뽑아야 할 이유 중 하나였다. 주민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이 열리기 전 공식 훈련(11일)에 대표팀 발탁을 알았지만 ACL 8강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기에 들뜨지 않고 12일 본 경기에 집중했다.
라커룸에서도 동료들 축하에 덤덤하게 반응했단 후문이다. 일단은 전북현대와 16강 2차전을 이겨 8강 진출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싶었다. 울산은 12일 문수경기장에서 열렸던 전북전을 1-0으로 제압했고 합계 스코어(1차전 1-1 무) 2-1 승리로 8강 진출 티켓을 손에 쥐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앞에선 주민규는 만감이 교차했다. 대표팀 발탁 소감을 묻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했지만 경기 전 명단이 발표돼 말을 아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니 결실이 맺어져 뿌듯하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연이은 대표팀 불발에 주민규는 괜찮았지만 기대를 많이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주민규는 "가족들이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난 견딜 수 있었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최고고, 아내는 남편이 최고다. 그래서 상처를 좀 받았는데 포기하면 안 됐다. 가족들 꿈을 이뤄주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버틴 것 같다"라고 답했다.
대표팀 발탁에 황선홍 감독의 "50골을 넣는 선수를 빼긴 어려웠다"는 말은 주민규에게 그동안 설움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주민규에게 황 감독 발탁 이유를 들었냐고 묻자 "기사로 접했다"라면서 "사실 K리그에서 어떻게 해야 대표팀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혼자서 현타가 왔던 적도 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황선홍 감독님 말에 그동안 버틴 걸 인정해주는 것 같아 굉장히 기뻤다. 포기하지 않으니까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다른 축구 선수들도 날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황선홍 감독님의 말은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울산 홈 팬들은 관중석에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라는 걸개를 걸었다. 경기에 집중하고픈 주민규였지만 팬들의 메시지는 큰 감동이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를 글귀를 묻자 "굉장히 감격했다"라면서 "그래서 더 이기고 싶었다. 울산 팬분들이 가족보다 더 대표팀에 가길 바라셨다. 대표팀에 발탁이 안됐을땐 다른 팀 팬분들도 응원을 해주셨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꼭 감사하단 말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국가대표 주민규는 어떤 각오로 대표팀에 합류할까. 그는 "그냥 머리 처박고 열심히 간절하게 뛰는 것 밖에 없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제가 막내라고 생각을 하면서 머리 박고 열심히 진짜 간절하게 할 생각"이라며 유머 섞인 각오를 말했다.
대표팀에 합류해 얼마나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진 알 수 없지만, 큰 경험을 몸에 익히고 올 생각이다. 주민규는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 출신으로 많은 골을 넣으셨다. 그런 스킬들을 배울 수 있다면 굉장히 큰 영광이다. 대표팀에 합류하면 감독님께 노하우를 많이 물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주민규는 그토록 달고 싶었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뛴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한다면 많은 기적들은 일어난다. 생애 첫 국가대표를 33세 늦깎이로 달았지만 대표팀 공격수 주민규로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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