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의 금융레이다] 홍콩ELS `증권가 악동` 된 까닭은

김경렬 2024. 3. 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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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항셍)지수 주가연계증권(ELS)란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펄쩍 뛰는 증권사가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H지수 ELS를 2015년부터 공격적으로 팔았다가 폭락장에 한방에 무너졌다.

ELS는 기초지수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된다.

한화투자증권이 뜨겁게 데인 건 H지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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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푸르덴셜증권 인수한 한화투자증권 성장 더딘 이유”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H(항셍)지수 주가연계증권(ELS)란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펄쩍 뛰는 증권사가 있다. '한화투자증권'이다. 금융투자업계 사람들의 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H지수 ELS를 2015년부터 공격적으로 팔았다가 폭락장에 한방에 무너졌다.

ELS 상품 구조는 다양하다.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나뉜다. 이중 원금비보장 상품이 늘 문제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크다. 반대로 손실나면 쪽박을 찬다.

ELS는 기초지수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된다. 한화투자증권이 뜨겁게 데인 건 H지수 탓이다. 해당 지수는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우량 기업들을 담아 만들었다. H지수는 미중 무역전쟁 후인 2016년 2월 7500 밑으로 꼬꾸라졌다. 9개월만에 반토막 났다.

한화투자증권의 그해 영업적자는 1935억원(2016년 별도 기준)에 달했다. 주진형 당시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여러 업적을 남기고도 지금까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낙인을 달고 다닌다. 주 사장의 공격적인 영업 독려가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여의도 사옥을 계열사(한화손해보험)에 팔아 급히 주머니를 채웠다. 지난 2010년 푸르덴셜증권을 인수, 야심차게 출발하고도 수년을 살얼음판에서 걸어야했던 것이다. 한화그룹은 재계 서열 7위다.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 '톱 10'에 들지 못하고 있다.

'악동'(惡童) H지수는 결국 은행권마저 흔들었다. H지수는 올초 500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2021년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콕집어 원인이라고 하지 못할 정도로 복합적인 불황 때문이었다. 은행 피해규모는 손쓸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올해 1~2월에 만기 도래한 상품 손실 규모만 1조2000억원. 은행은 1조원, 증권사는 2000억원 가량이다. 연말까지 예상 손실액은 5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해외금리 연개 파생결합펀드(DLF), 옵티머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은 곳은 ELS 판매에 방어적이었고, 이를 빗겨간 곳은 공격적이었다. 은행 내에서도 우리은행의 손실은 미미하고 국민은행의 손실은 눈덩이다. 이전 상황을 감안하면 누구라도 잘못을 빗겨가긴 어렵다.

증권가라고 피해가 없진 않다. 은행이 ELS 판매를 축소하면, 증권사가 가져갈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수익창출 다변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권을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은 싸늘하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손실배상안을 보고도 전액 배상을 외치는 목소리가 크다. 은행에서만 2조2000억원 배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다. 오는 15일 ELS 피해자 단체의 대규모 집회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 교수는 "금융상품을 판매한 것은 성과에 집중한 회사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인 단점을 지적하는 정부의 감시기능도 필요한 것이다"면서 "정부의 규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상황이 어지러운 와중에도 ELS 저점을 잡으면 문제없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금감원 현장검사에 배제돼 무풍지대에 있는 우리은행의 ELS 잔고가 어느순간 확 늘어날지 모른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금융권 악몽을 일도양단해 도려낼 수 없는 셈이다.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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