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강대강' 대결 국면에 日은 북한에 손짓[한반도 리뷰]
미국도 "역내 안정 환영" 日지지…최근엔 '비핵화 중간조치'도 거론
윤 대통령 "자유 확장이 통일"…흡수통일론 해석 논란 남겨
"북한문제 놓고 한미 간 틈새"…'즉강끝' 강경일변도, 美‧日과 온도차
남북 '강 대 강' 대결에 따른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북한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에 새 변수로 떠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전문을 보냈고, 기시다 총리는 2월 "김정은의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것"이라면서도 고위급 협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일본 관방장관은 "유의하고 있다"는 식으로 화답했다.
김정은은 한미일 균열 노림수, 기시다는 최악 지지율 만회 전략
서로 냉랭하던 북일관계에 갑자기 훈풍이 부는 이유는 비교적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은 한층 강화된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을 내면서 최근 우리와 수교한 맹방 쿠바의 '배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으로선 지지율 하락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셈법이자, 큰 틀에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 회복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전 고베 총영사)는 "기시다 총리는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남은 것은 외교 밖에 없다"면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내에선 (미국의) 트럼프 집권 시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은 거의 100%라고 보기 때문에 (동북아 정세의) 외교적 공간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성격이 아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달 담화에서 '납치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문제라 했고, 핵‧미사일 문제는 북일관계와 아무런 인연(관계)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전제 삼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이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는 "우리로 치면 위안부 할머니 문제만큼이나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면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정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누구라도 이 어려운 난제를 푼다면 지지율 회복은 물론이고 일본 외교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해결을 위한 첫 발부터가 내딛기 힘든 딜레마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과연 이 문제를 풀 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일본 우익 쪽에선 북한의 꾐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북일 접근은 이미 30여년 전인 199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됐지만 여러 이유로 번번이 좌절돼왔다.
1990년 가네마루 신 부총리의 방북과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 및 북일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북한문제 놓고 한미 간 틈새"…'즉강끝', 美‧日과도 온도차
다만 최근 상황은 동북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내 기류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미국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할 것"(정박 국무부 부차관보)이라거나 "대화가 역내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당연히 환영할 것"(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이라고 했다.
물론 이는 원론적 발언이며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관리 차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미라 랩 후퍼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 달 초 북핵 해법으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언급했다. 이는 근래 미국 일각에서 제기된 핵군축론과도 무관치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간 균열 가능성이다.
앤킷 팬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미) 양국 간 어느 정도 빈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은 불균형적 대응(압도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밝혀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 초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며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에도 '잘 사는 쪽으로 통일되는 게 상식'이란 취지의 말을 했고, 정부는 이에 발맞춰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식의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역내 정세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패싱'(소외)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가치동맹에 너무 기울어져버린 상태라 궤도 수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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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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