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 ELS 배상 시 배임?… 김주현 "솔직히 모르겠다"

박슬기 기자 2024. 3. 1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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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감원 홍콩 ELS 손실배상 0~100% 발표
은행권, 주주들의 배임 문제 제기 가능성에 우려
배상비율 40% 적용하면 KB금융 1조 부담 발생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당국, 서민 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에 참석, 관계업계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판매사에 최대 100% 배상을 권고하는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은행권은 자율배상 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배임 이슈가 왜 나오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김주현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가 끝난 뒤 "금융감독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놓고 이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배상 문제를) 처리하자는 건데 왜 배임 문제가 나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전날 ELS 자율배상안을 발표하며 은행과 증권사가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은행·증권사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라 판매사와 투자자의 책임 정도를 따져 0~100% 비율로 자율배상을 실시한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배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배상안을 받아들여 자율 배상을 실시하면 판매사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NH농협을 제외한 나머지 4대 은행은 외국인 주주 지분이 대부분이다.

이에 은행들은 홍콩 ELS 관련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정말 명확하게 (당국이) 인식하고 공감할 정도의 배임 이슈가 있고 이게 당국이 고칠 수 있는 분야에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불만이 있을 수 있고 또 투자 안 하신 분의 입장에서 보면 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양자의 이익을 나름대로 조화롭게 하기 위해 금감원에서 법률적인 측면도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홍콩 ELS 등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는데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나왔다면 원인과 결과를 보고 금소법 등에 대한 준칙이나 규정을 더 보완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은행에서 고위험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은행에서 판매금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종합적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에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ELS 검사 결과(잠정) 및 분쟁 조정 기준안'에 따르면 손실 배상 비율 범위는 0~100%다. 기본 배상 비율을 20~40%로 설정했으며 투자 사례별로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을 높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20~60% 수준에서 배상받을 전망이다. 상품의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보호관리 부실 등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경우 검사 결과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됐음을 근거로 최소 20~30%(최대 40%)의 기본 배상비율을 적용했다"며 "추가적으로 내부통제부실(영업목표 설계 부적정 등)을 명목으로 10%포인트의 공통 가중(대면 판매 기준·온라인의 경우 은행 기준 5%)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ELS 판매가 대부분 창구에서 이뤄짐을 감안하면 최소 30% 이상의 배상비율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상비율 30%를 가정할 경우 가장 익스포저가 많은 KB금융이 약 7000억~8000억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약 1000억~2000억 원 규모의 부담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이다.

배상비율이 평균 40%까지 올라가는 경우에는 KB금융이 약 1조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약 2000억~3000억 원 규모를 부담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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