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석유화학'의 수난시대…中 공세에 매각설까지
경기 침체에 中 물량 공세로 입지 ↓
롯데케미칼·LG화학 공장 매각 검토
"근본 체질 개선으로 사업 개편 필수"
수출 효자로 꼽혀온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중국의 물량 공세가 맞물리면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깊어진 위기 의식에 주요 공장의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소재 대규모 생산 기지인 롯데케미칼 타이탄(LC 타이탄)의 매각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졌다.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LC 타이탄 인수 후보를 물색중이라고 한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LC 타이탄 보유 지분 전량(74.7%)을 매각할 걸로 전해진다.
LC 타이탄은 과거 2010년대만 해도 매년 3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낸 알짜 회사였다. 지난 2017년 약 4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6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C 타이탄의 시총은 7400억원 수준으로 인수가인 1조5천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LG화학도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을 포함한 석유화학 사업 일부 지분의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알려졌다. 여수 NCC 2공장 일부 사업을 물적 분할한 후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에 지분 49%를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앞서 NCC 공장 통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일부 지분을 파는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두 회사가 일제히 매각에 나선 건 그만큼 석유화학 업계를 덮친 불황의 위기가 크다는 방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6억달러로 전년 대비 15.9% 감소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수출액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됐다.
저조한 실적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력을 높인 탓이 크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은 5174만톤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최근에는 경기 둔화로 자국 수요가 감소하자 남는 물량을 해외로까지 쏟아내고 있다. 그러는새 과거 50%에 육박했던 국내 석유화학 수출의 대(對) 중국 비중은 지난해 36.3%로 떨어졌고,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4월 이후 손익분기점(300달러)을 한참 밑돌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확실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이에 따른 자급률 상승 등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혜는 과거 대비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도 "2023년 공급 과잉 규모는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황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기 침체의 우려에 석유화학 업계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군 △수소에너지·전지소재 △친환경·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2030 비전'을 발표했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 경제 제3의 S-커브를 위한 성장 모델'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10개 대표 제품의 생산 가동률이 2028년까지 6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이 약화된 비핵심 자산과 사업 포트폴리오 매각·생산 시설 통폐합 등 산업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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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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