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중국산 전기차...사상 첫 수출 100만대 넘자 기존 강자들은 '진땀' [CarTalk]
미국·유럽 관세 높이고 안보 관련 조사로 대응
중국의 전기 승용차 수출 물량이 2023년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데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 돌리고 있어 중국 전기차는 더 거세게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도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중국 전기차 공습이 본격화하자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2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와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신에너지차(승용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출 대수는 103만6,000대였다. 이는 2022년(61만4,900대)에 비해 68.5%나 급증한 수치이다.
최근에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2월 중국 신에너지차 누적 수출 대수는 17만4,000대로 2023년 같은 기간(15만3,000대)과 비교해 13.7% 증가했다. 특히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298.2%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했다.
치열한 내수 시장 벗어나 글로벌 시장 공략
중국이 해외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내수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서다. 과거 내연기관차 생산에선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전기차 중심으로 경쟁력을 길렀고 중국 정부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중국 내수 전기차 침투율(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40%에 가까워지자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사생결단하듯 할인 경쟁 중이다.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은 중국에서 약 1,500만 원대에 살 수 있고 1,000만 원대 전기차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는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 사이에서 피바다로 끝날 수 있는 격렬한 경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BYD는 최근 헝가리와 브라질, 멕시코 등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턱밑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중국 창안자동차는 동남아, 샤오펑은 중동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생산량이 300만 대 수준이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동남아, 중동 등에서 판매량을 늘리고 멕시코 공장 등을 지어서 미국을 공략한다는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견제 수위 높이는 미국·유럽
이런 중국 전기차의 기세에 맞설 경쟁자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중국을 뺀 전 세계 전기차 1위인 미국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공습에 대비해 3,000만 원대 저가 전기차 '모델2'를 준비 중이지만 양산 시점이 예상보다 더 미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의 모델2 전기차가 연간 100만 대 이상 양산되는 데 (기존 예상인 2026년보다) 최소 2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중국차의 공세 속에 대응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중국 정부가 전기차 업체에 준 보조금이 불법이라며 추가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은 커넥티드카를 통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무부 장관에게 중국 등 우려 국가의 기술을 사용한 커넥티드 차량을 조사하고 위험에 대응할 행동을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YD, 한국 진출 초읽기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BYD 승용차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BYD가 최근 인력을 뽑고 환경부 인증받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다만 BYD코리아는 "(한국으로) 승용차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은 중국에 자동차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불편해한다"며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중국 전기차에 관세 부과 등 강하게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는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우리나라도 에너지 밀도가 낮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식으로 견제하곤 있지만 BYD의 가격 경쟁력은 그 차이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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