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나가는 이재명당 공천, 마지막까지 비명횡사·친명횡재

조선일보 2024. 3. 1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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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 이재명 대표에 맞섰던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4·10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박 의원은 경선 결선의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투표에서 모두 상대방을 앞섰으나 의원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점을 받아 탈락했다. 같은 날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변호를 맡았던 김동아 변호사는 공천됐다. 김 변호사는 원래 청년 오디션에서 경선 후보 3위 내에 들지 못해 탈락했으나 하루 만에 최고위에서 이를 번복, 경선에 나간 뒤 승리했다.

두 개의 경선 결과는 이번 민주당 공천을 관통한 ‘비명횡사·친명횡재’라는 원칙을 재확인해줬다. ‘시스템 공천’은 명분일 뿐이었다.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 국회 부의장, 박광온 전 원내대표, 김한정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의정 활동이 뛰어나다고 평가돼온 비명계 현역들이 현역 평가 하위 10%, 20%로 분류되는 불이익을 받았고 그것이 친명계 도전자들과의 경선에서 패배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의원들은 대부분 친명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작년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고 의심받은 사람들이었다.

경선 기회라도 부여받은 것은 그나마 괜찮은 경우였다. 임종석 전 의원, 홍영표 의원은 아예 컷오프 당했다. 현역이나 중진들만 불이익을 당한 게 아니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국회에서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이 알려진 후 쇄신을 요구했던 민주당 청년 정치인 8명은 ‘개딸’ 등에 의해 ‘코인 8적’으로 낙인찍힌 끝에 총선에 나서려던 7명은 모두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패배했다.

반면 친명계나 이 대표에 대한 충성이 검증된 사람들은 대접을 받았다.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등 이 대표 관련 사건을 맡은 변호사 6명도 출마했는데 현재까지 2명 공천이 확정됐고 2명도 순항중이다.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를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꼽은 친명계 여성 도전자는 행정 구역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지역구에 단수 공천됐다.

비명을 배제하고 친명을 밀어넣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남발하다 보니 공천 심판 격인 공관위 관계자 중 두 명은 불공정에 항의하다 사퇴했고 한 명은 불공정에 노골적으로 가담하다 물의를 일으켜 물러나게 됐다. 승부 조작에 동원됐다고 의심받은 여론조사 기관이 중도 퇴출되기도 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총리 출신의 원로들이 “공천이 불공정하다”며 이 대표에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던 이 대표의 다짐은 이뤄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모든 공천 과정에 대한 국민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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