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사직 사태로 환자들 전문·종합병원으로, 이게 정상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파행’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하지만 이 파행이 역설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중형병원(병원·종합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전달 체계를 정상으로 돌려놓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서울 ‘빅5′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수술실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중형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환자가 자연스럽게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의료 전달 체계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대형병원들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2021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7.8%가 전공의였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무려 46%에 달한다. 상급병원이 비용 절감을 위해 수련생에게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다. 그러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니 입원실·응급실에서 경증 환자를 중형병원 등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평소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절반 안팎이 응급실에 올 필요가 없는 경증 환자라고 한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상급종합병원이 제 역할을 찾게 한 것이다. 대형병원들은 하루빨리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고 이번 사태가 끝나더라도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번에 역할을 재발견한 곳이 전문병원을 비롯한 중형병원이다. 중형병원은 평소에도 전문의 위주로 운영해 전공의들 집단행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정상 진료와 수술도 가능하다. 대형병원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곳도 많아 대형병원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특정 질환이나 진료 과목에 대형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빅5 병원에 경증 환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는 대형병원이 중증 환자만 보더라도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해주고, 중형병원은 더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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