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박용진과 정봉주… ‘조금박해’의 수난사
조응천 금태섭 김해영 이어 ‘조금박해’ 마지막 잎새 떨어진 격
혁신파는 주류 눈총 많이 받지만 그래도 자기 진영 새로움의 상징
그런데 그 자리를 정봉주로 채워? 옳지도 않지만 선거 도움은 되겠나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낙천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박용진은 지난 대선 경선, 전당대회에 모두 출마해 연달아 2위를 기록한 민주당 비주류의 상징적 인물이다.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박용진 의원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화합을 강조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박용진이 비주류의 상징성만 지닌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받는 상 중에 권위가 높은 축인 백봉신사상 베스트10을 3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지역 기반도 튼실했다.
반면 박용진을 꺾은 나꼼수 출신 정봉주는 박용진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거친 언사, 탈당과 복당, 여러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데다가 해당 지역에 특별한 연고도 없다. 심지어 나이도 열 살 이상 더 많다. 하지만 정봉주는 친명 강성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 덕에, 민주당 공직평가위가 박용진에게 매긴 감점 30% 덕에 공천장을 따냈다.
박용진에 앞서 임종석, 노영민, 홍영표, 박광온 등 지명도 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낙마했지만 이 사태는 여러모로 징후적이다. 민주당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였던 ‘조·금·박·해’ 중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래도 중도화·외연확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은 8년 전, 지난 20대 총선 때다. 원내 1당을 차지했고 국민의당 녹색 돌풍에 호남을 내줬지만 수도권과 충청을 석권했고 영남에서도 약진했다.
그때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이가 여럿이지만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네 사람이 초반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가 최순실 정윤회 부부의 문제점을 일찍 경고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은 조응천, 엘리트 검사였지만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글을 썼다가 옷을 벗었고 안철수 돌풍의 축으로 활약했던 금태섭,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풀뿌리 정치인 경력을 갖고 민주당에 합류한 박용진, 흙수저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부산에서 문재인과 같은 로펌에서 일했던 김해영은 고향과 정치적 뿌리, 연배도 제각각이었지만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해야 할 말을 하는 소신파로 주목받으면서 ‘조·금·박·해’라는 집단적 별칭을 얻었다.
이들은 당에서도 대변인, 법사위 간사, 전략위원장 같은 괜찮은 보직을 받으며 중용됐지만 그 기간이 길진 않았다. ‘조국 사태’가 분기점이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던 네 사람은 집중적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첫 타깃은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의 장관 임명 반대를 선언했던 금태섭이었다. 이번에 박용진 자리를 꿰찬 정봉주가 4년 전 경선에선 금태섭 자객 노릇을 했다.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그가 낙마하자 김남국이 나섰다가 양지에 전략공천을 받고 빠지자 다른 인물이 바통을 이어 받아 금태섭을 눌렀다. 금태섭이 백봉신사상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그 이후에도 민주당은 금태섭에게 공수처 법안 표결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고 그가 제일 먼저 당을 떠났다.
넷 중 막내로 얌전한 축인 김해영은 선출직 최고위원에도 당선됐지만 조국 사태, 민주당의 1차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 역시 강성 지지층의 타깃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검수완박 반대, 이재명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는 등 분명한 다른 목소리를 낸 끝에 지역위원장 직도 사퇴하고 지금은 다둥이 아빠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역시 백봉신사상 베스트10 수상자 출신이다.
문재인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역시 비문으로 낙인찍힌 조응천은 이재명과 사법고시 동기라는 인연으로 대선 캠프에서 상황실장이라는 주요 보직을 맡았다. 하지만 김해영과 더불어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 이재명이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다가 겉은 푸르고 속은 빨간 ‘왕수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리고 결국 민주당을 떠나 금태섭과 함께 개혁신당에서 분투하고 있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던 민주당 계열의 천·신·정, 한나라당 계열의 남·원·정 같은 소장개혁파들은 주류의 눈총도 많이 받았지만 자기 진영의 혁신을 상징하는 존재로 배려도 적잖게 받았다. 그들은 대선 후보, 당대표, 원내대표, 광역단체장으로 커나가며 정권 창출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일 잘하고 바른말 하는 ‘조·금·박·해’를 압박하다가 정권을 잃었다. 그런데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빈자리를 정봉주로 채웠다. 심지어 총선 전략이랍시고 조국의 손을 굳게 움켜잡고 있다. 이게 옳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선거에 도움이 될 리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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