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간첩죄로 체포된 한국인, 北 벌목공과 탈북민 돕던 목사

김진명 기자 2024. 3.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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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어 러시아도 외국인 압박… 올 1월 입국 직후 FSB에 구금돼
지난 2003년 5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자린그라의 제재소에서 북한 벌목공들이 일하고 있다./AP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지난 1월 간첩죄로 체포된 한국인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벌목공과 탈북민 등을 도우며 선교 활동을 하던 백모 목사로 본지 취재 결과 12일 확인됐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간첩죄에 무기징역·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간첩법을 시행한 데 이어, 러시아도 비슷한 방법으로 외국인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직전에는 항공기로 북한 노동자들을 북송하면서 탈북민 수십 명도 함께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지 취재에 응한 블라디보스토크 소식통은 “백 목사가 러시아 벌목공을 돕고 탈북을 원하는 이가 있으면 지원하는 선교팀과 함께 활동했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던 아내와 함께 지난 1월 블라디보스토크에 입국한 직후 체포영장을 가져온 FSB에 구금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백 목사는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러시아를 오갔고,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 선교 단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이 커지자 올해 러시아로 근거지를 옮기려 했다고 한다. 백씨와 함께 러시아에 입국했던 아내도 당초 FSB에 체포됐지만, 이후 풀려나 한국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전날 백 목사가 스탈린 시절 반대파를 가뒀던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구금 중이며, 레포르토보 법원이 그의 구금 기간을 6월 15일까지 연장했다고 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지 공관에서 우리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위해 러시아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백 목사의 형사 사건 서류를 ‘일급기밀’로 분류했고, 우리 정부에도 구체적인 혐의는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 중이고, 작년 6월에는 자유유럽방송 소속 기자를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러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외국인을 임의 구금하는 중국과 달리 그동안 러시아는 법적 절차 없이 외국인을 구금하지는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며 “타스 통신을 통해 사건을 공개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사건 내용이 공개되면 러시아의 정책 변화를 정확하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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