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사각지대’ 단양, 9년 만에 의료원 개원
의료원 최고 액수 연봉에도 구인난
아파트 숙소-별장 내건 끝에 채용
군수 “정부 차원의 의료 대응 필요”
● 9년 만에 들어서는 응급의료기관
이에 따라 응급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농촌지역 주민들의 의료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기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군은 보건소를 보건의료원으로 격상시키기로 하고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2018년 12월 보건의료원 건립 계획을 확정했다. 보건의료원은 병원의 요건을 갖춘 보건소를 말한다. 기존의 보건사업 외에 진료와 입원 기능(30병상 병실), 응급의료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당초 군은 보건의료원의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도립화’(지방의료원)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 설립법인 300병상 시설 기준에 따를 경우 막대한 추가 비용과 기존 예산 반납 등의 문제가 제기돼 군의 직영 운영으로 결정됐다. 강규원 군 보건소장은 “보건소의 기존 기능에다 응급의료와 입원실 운영을 추가해 진료 기능을 강화해 지역 주민들에게 촘촘한 의료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응급의학과 의사 4번 공모 끝에 채용
군은 의료원 개원 준비를 하면서 원장과 전문의 4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 15개 보건의료원 중 최고 액수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3차례에 걸친 채용공고에도 원장과 응급의학과 의사 1명은 응모자가 없었다. 군은 응급의학과 의사 연봉을 3억8400만 원에서 4억320만 원으로 올렸다가 4차 공모에는 4억2240만 원까지 인상했다. 또 아파트 숙소는 물론이고 별장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건 끝에 채용에 성공했다. 최성군 군 보건의료과장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이지만 의료복지에 대한 군민의 갈증 해소를 위해 고액의 연봉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원장의 경우 경기도의 A지자체 보건의료원장이 오기로 확정됐다. 이 사실을 안 A지자체장은 “우리 지역도 의료 취약 지역인데 데려가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개원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앞으로도 문제이다. 건축비를 제외하고 장비 구입과 의료진 숙소 마련에 지금까지 73억 원이 들어갔다. 의료원 운영을 위해 인건비 등 연간 최소 27억5000만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도비 보조금은 12억 원에 불과하다. 강 소장은 “응급의료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하는 지역 보건의료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인구소멸 지자체들 의대 정원 확대 찬성할 것”
김문근 단양군수는 “단양은 노인 인구가 36%에 이르는 초고령화 지역이고, 고령화 비율도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늙으면 아픈 곳이 많아져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법이라 그런지 군민의 최대 관심사는 의료 문제임을 수없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원 개원 과정을 진행하면서 단양과 같은 의료 취약 지자체들의 현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진료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에 수록 △응급의료 중심의 공공의대 비수도권 설립 △지방소멸 위험지역 일정 기간 근무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군수는 최근의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의료문제가 열악해 귀농·귀촌을 꺼리고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게 전국 113개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공통된 현실”이라며 “지방 개발 사업도 필요하지만 의료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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