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市가 ‘돌봄’ 나서자… 전국서 셋째 가장 많이 낳았다

조유미 기자 2024. 3.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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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6] 기업 도시 경기 화성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 7동에 있는 한 키즈 카페에서 아이와 엄마가 놀이를 하고 있다. 화성은 지난해 전국 261개 시군구 중 출생아가 가장 많았다. /조유미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동탄 7동의 ‘키즈 카페’ 아이(I)신나놀이터. 주부 황혜영(39)씨가 세 살 아들과 요리 놀이를 하고 있었다. 화성시는 관내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루 60명까지 키즈 카페 예약을 받는다. 무료다. 반면 민간 키즈 카페는 90분에 2만~2만5000원씩 받는다. 황씨는 7년 전, 화성시 산업 단지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 동탄 1·2신도시(동탄 1~9동)로 이사 왔다. 황씨는 “근처 쇼핑몰이나 식당가 어디를 가도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동탄의 장점”이라며 “누군가 출산을 계획한다면 동탄을 적극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화성시에선 6700명이 태어나 전국 261개 시군구 중 출생아 수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화성은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산업 단지가 퍼져 있고, 여기에 근무하는 20~30대 출산 적령기 부부의 거주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화성시는 3년 연속 셋째 이상 출생아 수 1위도 기록했다. 셋째 아이가 2022년 500명, 2021년 508명, 2020년 568명 화성에서 첫 울음을 터뜨렸다. 한 대기업 직원은 “안정적 직장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셋째까지 낳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셋째를 낳으려면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며 “동탄신도시 인근의 ‘양질 일자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화성 인근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한미약품 등이 있다. 용인 기흥 반도체 단지와 판교 IT밸리도 멀지 않다. 현재도 동탄 2신도시 북서쪽에 2020년 준공한 동탄테크노벨리로 벤처 기업과 첨단 산업체가 들어오고 있다. 총면적 156만㎡에 4500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도 양육에 큰 도움이 된다. 대기업 직원인 김모(35)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결혼한 뒤 2015년 동탄 신도시로 이사했다. 이듬해 첫째를 출산하고 2018년 둘째를 낳았다. 김씨는 평일 오전 6시 30분 일어나 첫째(8세)와 둘째(6세) 등원을 준비한다. 오전 7시쯤에는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사내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침을 챙겨주기 때문에 아이들 옷만 입혀 바로 집을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다니는 사내 어린이집은 직원들 근무시간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봐준다. 김씨는 “동탄 인근엔 호수 공원이나 실내 동물원 등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문화센터 활동도 자주 열리기 때문에 주말에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맞벌이 젊은 부부가 많기 때문인지 야간이나 주말에 운영하는 소아과도 많아 부모로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괜찮은 일자리도 있고, 보육 환경도 좋은데 집값은 서울의 반값 수준이다. 부동산 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동탄 신도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평당(3.3㎡당) 2139만원으로 같은 시점 서울의 4047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안정적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이 더해지며 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출산율을 세계 최악으로 떨어트린 주범이 과도한 집값과 고용 불안이다. 동탄의 직장인들은 “집값도 비교적 저렴한데 회사도 가깝다”며 “집에서 잠만 자고, 출근은 서울로 하는 ‘베드 타운’ 성격 신도시와는 다르다”고 한다.

아이 낳는 젊은 인구가 늘면서 화성시도 출산·육아 장려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화성시 인구(내국인)는 94만4342명인데 이 중 만 18세 미만 비율이 약 20%인 18만7287명에 이른다. 전국 평균인 15%보다 5%포인트 높다. 화성시는 종전에 셋째부터 출산 지원금을 100만원 줬지만 작년부터 첫째 100만원, 둘째와 셋째 200만원, 넷째 이상은 300만원으로 늘렸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 함께 돌봄센터’도 9곳 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전부 무료다. 화성시 관계자는 “젊은 부부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육아와 관련한 복지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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