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과일 값 맞나요...‘애플플레이션’ 초가을까지 계속된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반년째 치솟은 사과 가격 때문에 다른 과일 값까지 연이어 오르는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과의 대체 과일 격인 귤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자, 귤을 대신할 오렌지 값까지 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55㎏(2022년 기준)으로, 그중 11.8㎏을 감귤, 11㎏을 사과로 소비했다. 두 품목 소비량이 전체 과일의 41.5%에 달한다. 가장 많이 먹는 과일 가격이 연달아 오르면서 평소 덜 먹던 과일들을 찾게 되고, 과일류 전체적으로 가격이 뛰게 되는 것이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번 달 사과 10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3만3원으로 1년 전(2만2847원)보다 31.3% 올랐다. 월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3만1068원) 이후 5개월 만이다.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특상품은 1개당 1만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과 값 상승은 다른 과일 전체로 번지고 있다. 사과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감귤 10개당 평균 소매가격은 5867원으로 1년 전(3504원)보다 67.4%나 뛰었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사과가 비싸면 귤을 사 먹는 등 과일은 품목끼리 서로 대체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 품목 값이 오르면 다른 품목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아침 사과’ 대용으로 많이 찾는 토마토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기상 여건까지 따라주지 않으며 이번 달 기준 가격이 1㎏당 8888원으로 1년 전보다 27.6% 올랐다. 겨울이 제철인 딸기도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전년보다 12% 치솟았다.
수입 과일인 오렌지와 파인애플, 바나나 가격도 이달 기준으로 전년보다 4%씩 오른 상태다. 정부는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춰 수입을 늘렸지만, 가격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과일 가격이 오른 데에는 주요 원산지인 미국에서의 작황 부진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지난달 과실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0.6% 뛰었다.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3.1%)에 비해 37.5%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과실류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장바구니에 담을 과일이 하나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일 값 급등을 촉발한 사과 값은 올여름까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고공 행진하는 사과 가격이 햇사과가 출하되는 초가을 무렵까지 10개당 3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플레이션은 과일을 주재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스타벅스가 올 겨울철 딸기 라테 가격을 7000원으로 책정하며 1년 전보다 100원 올리는 등 주요 카페에서 딸기를 재료로 하는 음료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딸기잼 가격도 지난해 초 5800원대였던 게 올해 들어 6000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연간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1080억원)의 85%인 920억원 이상을 연초부터 다음 달까지 집중 배정해 애플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 등 핵심 수입 과일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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