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북유럽은 지금 폭풍 전야
최근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이로써 북극해에서 남유럽까지 나토의 ‘러시아 봉쇄선’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외신이 전하는 두 국가는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진 모양새다. 세계 최대 군사동맹에 합류했지만, 동시에 러시아를 정적(政敵)으로 돌리면서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핀란드와 맞댄 국경으로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를 하며 보복하고 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소식이 전해지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이들 국가 인근에 무기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가운데 두 나라에서는 민방위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전국의 6만여 개 민방위 대피소를 경보 48시간 이내에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재정비하는 사업에 올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냉전 시기에 대부분 지어진 이 대피소들은 오늘날 운동 시설이나 지하철역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유사시 이곳이 벙커로 쓰일 수 있게 다시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칼 오스카 보린 민방위부 장관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을 타깃으로 했다”며 “저항하기 위해선 비상 피난처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하 벙커가 있는 주택이 스웨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거 스키 부대로 소련군을 떨게 한 핀란드는 사격을 국민 스포츠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달 19일 사격 가능 지역 300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현재 핀란드에는 약 670곳의 사격 가능 지역이 있는데, 정부는 2030년까지 이 규모를 1000곳으로 늘린다고 한다. 핀란드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유카 코프라는 “우리의 방어 모델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격 기술을 보유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국방훈련협회(MPK)가 예비군 및 민간인을 상대로 진행하는 훈련 과정은 지난해 예년에 비해 약 두 배 높은 11만6000일의 훈련 일수를 기록했다.
이들에게 안보는 군의 전유물도, 고리타분한 가치도 아니다. 오히려 북유럽 국가에선 시민 개개인이 안보의 주체다. 이러니 이들의 안보 의식은 한국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떤가. 북한의 도발에도, 남중국해 등 한반도 인근에서 벌어지는 이웃 나라 간 충돌 사태에도 무감각해진 지 오래다. 민방위기본법에서 매월 15일을 민방위의 날로 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다시피 하니 오히려 아는 편이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2년 전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눈 떠보니 문 앞에 전쟁이 와있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그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일지. 지리적·역사적 차이를 똑 떼어놓고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북유럽이 폭풍 전야라면 한국은 천하태평이 아닌가 싶다. 총선을 앞뒀지만 그럴듯한 안보 공약이 실종된 듯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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