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위 식물원’ 日처럼, 매립지 규제 푼다

박상현 기자 2024. 3.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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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내달까지 관련 규제 손 봐

6일 오전 도쿄 유메노시마 열대식물관. 30m 높이 돔 안에서 1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바나나·코코넛이 열매를 맺었고, 보라색 수련(睡蓮)은 만개했다. 바다를 메운 땅 43만3212㎡(약 13만평)에 식물원·공원 등을 만들어 ‘바다 위 초록 섬’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반세기 전만 해도 이곳은 ‘쓰레기 섬’으로 불리던 매립지였다.

6일 도쿄 유메노시마 열대 식물관의 모습. 30m 높이 돔 안에서 식물 1000여 종이 자라고 있는 이 열대식물관은 과거 '쓰레기 섬'으로 불렸던 매립지에 지어졌다. /박상현 기자

도쿄만의 유메노시마에선 애초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간척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공사가 중단된 후 1950년대 도쿄 인구가 급증하자 1957년부터 1967년까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됐다. 용량이 다 찬 후엔 안정화 작업을 했고 11년이 지난 1978년 ‘유메노시마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 중 4304㎡(약 1300평)를 차지하는 거대 온실인 식물원은 바로 옆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한 열을 끌어와 꽃과 나무를 키우고 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땅의 안전만 입증되면 다 쓴 매립지에 공공·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내달 말까지 관련 규제를 손보기로 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올 2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종료한 매립장 상부 토지 이용을 확대하겠다고 했었다. 매립지라는 이유로 30년을 ‘사후 관리’ 기간으로 묶어 죽은 땅을 만드는 것보다, 묻힌 쓰레기 종류와 땅의 굳기에 따라 활용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후 관리 중인 전국 종료 매립장은 공공·민간을 합쳐 여의도 3.2배, 축구장 1332개 면적에 달한다.

그래픽=박상훈

우리나라의 경우 다 쓴 매립지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지반이 내려앉는다는 이유로 공원, 태양광 부지 등으로 용도를 제한해왔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부터 사용했던 409만㎡(약 123만7200평)의 1매립장 용량이 2000년에 다 차면서 안정화 작업을 한 뒤 2013년 골프장으로 개장했다. 공공 매립장의 경우 땅 주인이 대부분 지자체라 주로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왔다.

환경부의 이번 규제 개선으로 2018년 매립이 끝난 수도권 2매립장의 토지 활용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부터 생활쓰레기를 묻었던 378만㎡(약 114만3450평) 크기의 2매립장은 2018년 꽉 찼고, 이후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2매립장 활용 계획을 짤 예정이다. 유메노시마 공원처럼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 난지도 공원은 건물 없이 공원으로만 조성했다”며 “일본 사례처럼 식물원 등 건물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매립장 규제가 완화되면 다 쓴 매립지 위에 물류 센터, 주차장, 재활용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지자체 소유의 종료 매립장 부지를 기업에 빌려주고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매립지 활용 문제는 공공보다 민간에서 더 큰 불만을 표시해왔다. 민간 매립지에는 소각했거나 타지 않는 쓰레기만 매립하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 분해 과정에서 유독 물질이 나오거나 땅이 꺼질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안전성 검토를 거치면 일반 토지처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데도 환경 관련법의 규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종료된 민간 매립지 위에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를 만들면 재생에너지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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