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로만 관객 몰린다, 영화 ‘듄 2′ 국내서 고전하는 이유
영화 영상미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받는 ‘듄: 파트2(이하 ‘듄 2′)′가 예상외로 국내 흥행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듄 2′ 누적 관객은 12일 현재 131만명. ‘듄 1′(2021)의 저조한 성적(164만명)조차 넘기에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듄 2′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의 전작 ‘웡카’는 341만명을 동원한데다 ‘듄 2′는 개봉 첫 주 월드와이드 순위 1위(매출 1억7800만달러)였다. 국내에서도 개봉 2주 전인 지난달 중순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이 증폭됐다. 사전 예매량이 8만장에 달했다. ‘듄 1′의 10배가 넘는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듄 2가 아이맥스관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며 “특수관 좌석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예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홍보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맥스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이 같은 ‘아이맥스 대작’ 입소문은 오히려 ‘듄 2′의 족쇄가 됐다. 관객이 아이맥스로만 몰리며 개봉 직후 약 일주일간 서울 CGV용산 아이맥스관은 새벽 1~2시 상영까지 전석 매진됐다. 장당 10만원대 암표도 등장했다. 아이맥스 표를 구하기 어려워진 관객들은 ‘봐도 진가를 알 수 없는’ 일반관에서 보느니 관람을 포기했다. ‘듄: 2′의 과도한 아이맥스 쏠림은 데이터로 확인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듄 2′의 전국 스크린은 2498개, 아이맥스 스크린은 24개다. 1% 비율인 아이맥스관이지만 매출 비율은 28.6%(12일 현재)나 된다. 아이맥스 편애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아이맥스 비율(2947개 중 24개)론 ‘듄 2′와 같지만, 매출 비율은 15%로 ‘듄 2′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시리즈물의 특성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한국 관객은 결말이 나지 않는 영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파트 원, 파트 투를 붙이면 흥행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쌍천만 감독 최동훈의 2부작 영화 ‘외계인’이 대표적이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은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높은 기대 속에 개봉했으나 누적 관객 402만명에 그쳤다. 이 역시 “이야기 중간에 영화가 끝나면 만족 못 한다”는 사례로 꼽힌다. 상반되는 영화는 ‘범죄도시’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물이지만 매 편마다 악당이 응징되는 명확한 결말을 보여준다.
시리즈물이 흥행하려면 전작을 본 관객층이 두꺼워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아바타’ 2편인 ‘아바타: 물의 길’(2022)은 1편 관객 1360만명의 높은 기대가 흥행의 화력이 됐다. 1편 관객이 164만명에 그쳤던 ‘듄 2′는 개봉을 앞두고도 국내 OTT에 1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않아 관객 진입 장벽을 낮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듄 2′ 개봉에 맞춰 HBO맥스를 통해 1편 스트리밍을 다시 시작한 전략과도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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