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4] 남편과 한 발짝 더 친해지고 싶다면
“여보 어떻게 오타니를 몰라요?”
신문을 읽던 중 남편이 한 말이다. 결혼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때였다. 내가 남편을 쳐다보니 “그럼 오타니를 모르니 당연히 마이크 트라우트도 모르겠네요”라고 암호 같은 말을 덧붙였다(알고 보니 남편은 메이저리그를 좋아하고, 야구 선수 트라우트의 팬이었다). 그때 남편에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라고 했다. 세상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남편의 기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남편은 그 뒤로도 자주 내게 야구 소식을 전해 주었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출간 소식을 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렇게 소식을 전하기가 좀 시들해졌다. 그것 말고도 우리는 육아라는 화제가 있으니까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연년생 육아를 하는 7년 내내 남편과 나는 팀워크가 좋은 팀이었다.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우지 않았고 필요한 역할을 잘 해냈다. 낮에는 그랬다.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 둘이 잠들면 서로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각자의 세계로 향했다. 나는 내 방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남편은 거실에서 스포츠를 보거나 게임을 했다. 한집에 살지만, 한집에 살지 않았다. 자정 너머까지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상냥한 타인 같달까.
그러다가 최근 신문을 읽으면서 남편이 가끔 이야기한 조코비치와 나달, 오타니라는 선수를 사진과 활자로 만날 수 있었다. 기사를 읽을수록 그들의 존재가 실감 났다. 실감이 나자 궁금한 것이 늘었다. 그때부터 아이가 잠들고 나면 남편에게 말을 붙였다. 아 맞다, 트라우트는 저번 시즌보다 경기를 더 잘한 거죠? 조코비치는 무슨 대회에서 우승했던데? 말을 꺼내면 남편은 씻기도 뒤로한 채 관련된 이야기를 내게 한참 해주었다. 그런 날 내 방 불은 켜지지 않았고, 남편의 게임기도 켜지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김현의 말에 따르면 문학은 써먹을 데가 없어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한다. 즉 쓸모가 없는 게 문학의 쓸모라고. 그러면 신문의 쓸모는 무엇인가? 신문에는 미술품 전시 날짜가 적혀있고, 작년 한 해 물가가 몇 퍼센트 떨어졌는지 정확한 수치가 담겨 있다. 정보만으로도 유용하지만 나는 가까운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드는 데 더 큰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 노크, 그게 바로 신문의 쓸모 아닐까. 똑똑, 당신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요. 당신의 세계가 궁금해요.
가까운 타인의 취향에 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여전히 스포츠에 대한 깊은 지식 같은 건 없지만 스포츠면도 조금씩은 읽는다. 밤이 되면 본 것 중 하나를 꺼낸다. 똑똑, 남편 이번에 오타니 선수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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