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외곽에 둥지 튼 예술…북적북적 5년째 주민과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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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뒤편, 두구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체육공원로를 따라가다 보면 주변과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곳을 만나게 된다.
그곳의 외관은 길 따라 주욱 늘어선 작은 공장이나 창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큰 유리문 안으로 슬쩍 보이는 건물 안 풍경이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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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작가 이정윤·‘유리’ 이재경
- 다함께 즐기는 예술의 場 고민
- 유리 블로잉 등 미술 수업 열고
- 외부전시기획·콘텐츠 개발까지
- “아이들 엉터리 미술 안 배우게…”
- 16·17일 공예 등 5돌 기념행사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뒤편, 두구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체육공원로를 따라가다 보면 주변과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곳을 만나게 된다. 그곳의 외관은 길 따라 주욱 늘어선 작은 공장이나 창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큰 유리문 안으로 슬쩍 보이는 건물 안 풍경이 ‘생경’하다. 언뜻 알록달록하기도, 다시 보면 빛나 보이기도 하는 이곳, 문화공간 ‘붐빌’이다.
2019년 문을 연 붐빌(BOOMVILL)이 두구동에 둥지를 튼 지 올해 5년을 맞았다. 부산 사는 사람도 일부러 갈 일은 잘 없는 이곳 두구동 공간에서, 코로나를 이겨내고, 지역과 호흡하며 써 내려간 문화 활동 이야기를 들으러 지난 11일 붐빌을 찾았다.
‘붐빌리지(유명한 동네)’의 줄임말인 ‘붐빌’은 하이힐 신은 코끼리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이정윤(44)과 유리공예 작가 이재경(51)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2018년 동아대 교수를 그만두고 새로운 정체성을 품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이정윤 작가의 고민이 그 시작이다. 장소는 이 작가의 작업실이 있던 두구동의 창고. “내 세계를 증명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다 같이 함께 펼쳐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특강 차 동아대에 왔을 때 인연이 닿았던 이재경 작가를 떠올렸다. 온도에 따라 변하는 유리의 가변성이 공간의 지향점과 맞다고 봤다. 서울과 일본에서 활동한 이재경 작가는 부산에 정착한 것에 대해 “작업실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일상에서 장소는 크게 상관없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모두 다 같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 보자.”
붐빌의 지난 5년은 이 모토에 충실했다. 유리공예 수업, 유리 블로잉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콘서트, 어른 대상 미술사 강연, 아이가 참여하는 미술 수업, 외부 전시 기획, 공간 연출, 미술 교육 콘텐츠 개발, 재능기부까지 이 모두가 붐빌이 ‘잘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한다. 이정윤 이재경 두 작가 모두 대학 강단에 선 경험이 있고 전시기획 전문가이기에 이는 가능했다.
이재경 작가는 “수업하는 만큼 내 작업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활동할 때는 수업을 거의 안 했다. 부산에 와서는 진중하게 긴 호흡을 갖고 (유리공예를) 할 만한 사람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게 달라진 점”이라며 “내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유리 예술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윤 작가는 “교육프로그램 전담 작가 6명 말고도 프로젝트마다 관련된 작가 수십 명이 협업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 5년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걱정과 불안은 일상”이라는 이정윤 작가의 말처럼 독립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어렵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지만 돈 벌려고 저러냐. 결국은 자영업자 아니냐 이런 시선이 힘들었어요. ‘저 돈 다 어디서 난 거야?’ 싶겠지만 결국 작품 팔아서 재투자하는 거죠. 우리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미술교육’은 받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니 (그런 오해는) 해결되긴 하더라고요.”
붐빌은 오는 16일과 17일 5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16일에는 유리 공예의 즐거움이 펼쳐지고, 17일은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다. 붐빌이 그리는 앞으로 5년, 그리고 50년은 어떤 모습일까.
“이 공간에 오면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술, 그리고 존재의 소중함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있는 소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게 예술적 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줄 수 있다면 성공이죠. 붐빌(boomvill.com)에 가본 사람은 아스팔트 사이에 낀 잡초도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니게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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