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대란…영양제로 비타민 채우고, 급식선 사과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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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에게 먹일 과일을 사러 저렴한 못난이 사과를 찾아다닙니다." "비싼 과일 대신 차라리 비타민 약을 먹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공 행진하는 과일값으로 인한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서민 사이에서는 과일 섭취를 끊거나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 위주로 소비하는 분위기가 확산한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보통 학교급식에는 과일이 주 1회 이상 나가는데, 제공 횟수를 줄이지 않기 위해 사과 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도 토마토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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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와 격차 40년새 최대
- 유통가 못난이 사과 등 할인 행사
- 납품지원 등 정부 대책도 역부족
“초등생 자녀에게 먹일 과일을 사러 저렴한 못난이 사과를 찾아다닙니다.” “비싼 과일 대신 차라리 비타민 약을 먹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오모(40대) 씨와 직장인 김모(30대) 씨는 한숨을 쉬며 각각 이렇게 말했다. 고공 행진하는 과일값으로 인한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서민 사이에서는 과일 섭취를 끊거나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 위주로 소비하는 분위기가 확산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과실 물가 지수는 162.91(2020년=100)로 지난해 2월보다 40.6% 급등했다. 같은 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였던 만큼 양 측 간 격차는 37.5%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큰 격차다. 지난달 부산 과실 물가 상승률(34.2%)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5%) 간 격차도 30.7%포인트에 달했다. 2020년 10월(32.8%) 이후 40개월 만의 최대치다.
지난달 두 물가 상승률 간 격차(이하 전국 기준)가 역대 가장 컸던 것은 과실 물가 상승률(40.6%)이 1991년 9월(43.7%) 이후 32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에 달하며, 1999년 3월(77.6%)과 지난해 10월(74.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70%를 돌파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에 각급 학교는 급식 식단 구성에 골머리를 앓는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보통 학교급식에는 과일이 주 1회 이상 나가는데, 제공 횟수를 줄이지 않기 위해 사과 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도 토마토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치솟는 과일값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게 할인된 가격으로 물량을 대거 푼다. 이마트는 못난이 사과를 매월 1, 2회 주기적으로 내놔 정상품 대비 30~40% 저렴하게 판매한다. 오는 14일까지 딸기 참외 등 국산 제철과일 할인 행사도 진행해 과일 수요를 분산한다. 메가마트는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 ‘메가블랙데이’를 13~17일 열고 성주 참외(1.2㎏)를 30% 할인된 9900원, 딸기(1㎏)는 1만1900원에 선보인다. 특히 가격이 치솟은 사과와 배는 14, 15일 농림축산식품부 할인과 자체 할인으로 전 품목을 40, 50% 할인한다. 수입 과일인 오렌지는 30% 할인하고, 바나나는 사전 물량 확보를 통해 1+1 행사로 두 송이를 58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일반 사과보다 20%가량 저렴한 상생 사과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쿠팡은 오는 17일까지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로켓프레시를 통해 ‘시즌 과일 찬스’ 행사를 한다. 이를 위해 딸기 120t, 오렌지 180t, 참외 150t 등 총 450t을 매입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가격은 이달 첫째 주 대비 약 30%까지 할인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일 가격 강세는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사과는 마땅한 대체 상품이 없고 수입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서울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에게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을 더욱 효율화하겠다”며 참가를 요청했다. 또 정부는 다음 달까지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 등에 434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일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탄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부 유모(50대) 씨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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