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만 보던 봄 배구, 뛰게 돼 짜릿”… 7년만에 ‘봄시즌’ 정관장의 두 기둥

대전=강홍구 기자 2024. 3.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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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봄 배구'를 TV로만 보면서 늘 씁쓸했다. 이제 봄 배구의 압박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니 신이 난다. 코트 위에 서면 짜릿할 것 같다."

2017∼20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연달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정관장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를 확정해 7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는다.

정관장은 박은진을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정호영을 그다음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할 때만 해도 '봄날'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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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여고 듀오’ 박은진-정호영
코트 중앙서 속공 책임 미들 블로커… 후반기 성공률 50% 넘으며 팀 ‘날개’
박은진 “2강 연파… 선수들 자신감”
정호영 “恨을 응원으로… 더 힘날 것”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의 두 미들 블로커 박은진(왼쪽)과 정호영이 대전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블로킹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주 선명여고 1년 선후배인 두 선수는 전국대회 4관왕을 합작했던 고교 시절 영광을 프로 데뷔 후 처음 나서는 이번 ‘봄 배구’ 무대에서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대전=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그동안 ‘봄 배구’를 TV로만 보면서 늘 씁쓸했다. 이제 봄 배구의 압박감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니 신이 난다. 코트 위에 서면 짜릿할 것 같다.”

프로 데뷔 5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정호영(정관장·미들 블로커)의 말이다. 2017∼20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연달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정관장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를 확정해 7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는다. 프로배구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6시즌 이상 봄 배구 가뭄에 시달려본 팀은 정관장뿐이다.

정호영은 광주체육중 3학년 때 성인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진주 선명여고 2학년이던 2018년에는 3학년 선배 박은진(미들 블로커)과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끌기도 했다. 정관장은 박은진을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정호영을 그다음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할 때만 해도 ‘봄날’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두 선수 합류 이후에도 포스트시즌행 티켓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딱 승점 1이 부족해 ‘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전에 있는 구단 연습 체육관에서 정호영과 함께 만난 박은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다. 봄 배구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단단하게 포스트시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트 중앙에서 뛰는 미들 블로커에게는 블로킹만큼이나 속공도 중요하다. 박은진은 이번 시즌 전반기(1∼3라운드)에 속공 성공률 45.2%에 그쳤다. 정호영(47.3%)도 속공 성공률 50%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박은진은 후반기 들어 이 부문 1위(56.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호영도 같은 기간 속공 성공률 4위(52.7%)다. 두 선수가 살아나면서 정관장은 날개 공격수 메가(인도네시아), 지아(미국) 쌍포에 의존하던 공격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박은진(왼쪽), 정호영
팀 성적도 당연히 올랐다. 전반기에 7승 11패(승점 24)에 머물렀던 정관장은 후반기 들어 13승 3패(승점 37)를 기록 중이다. 최근 7연승 중인 정관장이 13일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물리치면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8연승)도 세울 수 있다. 정호영은 “예전에는 코트 위에 있는 6명이 모두 잘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다. 지금은 누구 하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다른 팀원들이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가장 낮은 곳에서 포스트시즌 일정을 시작하지만 마냥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더 낮은 팀이나 선수)로 평가할 수는 없다. 시즌 초반부터 2강으로 평가받았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6라운드 맞대결에서 모두 물리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봄 배구 무대에서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여자부 역대 포스트시즌 시리즈 34번 가운데 15번(44.1%)이 하위 팀의 승리로 끝났다.

박은진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두 팀을 연달아 이기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법이다. 다들 ‘해보자’라는 마음이 강해서 나 또한 봄 배구가 기대된다”면서 “팬 여러분이 오래 기다려 주신 만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정호영도 “오래 기다려온 한(恨)을 뜨거운 응원으로 풀어주시면 선수들도 더욱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장은 22일부터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1∼2012시즌 이후 12년 만의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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