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열한 원전 수주전, 한미 원전동맹으로 앞서가자

문하영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 초빙교수, 전 주 체코대사 2024. 3.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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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는 우리 후손들의 삶과 지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일이다. 탄소 중립 달성은 크게 신재생 발전과 원자력발전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원자력은 지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주요 참가국들은 2050년까지 원전 3배 확대에 합의했으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 러시가 진행 중에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공사 중인 원전은 66기, 공사 계약된 원전은 111기, 공사를 계획 중인 원전은 318기로 집계된다.

이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와 안보적 이유로 인해 배제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프랑스 EDF 등 3사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원전의 가성비와 공기 준수는 정평이 나있다. 지금 진행 중인 체코 원전 입찰에서 체코 정부는 지난 1월 31일 웨스팅하우스사를 사실상 탈락시켰고, 수주전은 한수원과 프랑스 EDF사 간 이파전으로 변했다. 웨스팅하우스사는 공사 완공 기한, 책임 주체 등을 잘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는 자체 원전 공급망이 미흡하고 원활한 사업 수행이 어려움을 암시한다. 미국 정부도 미처 이러한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불가리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사가 원전 2기를 수주한 뒤, 건설 공사는 입찰로 진행하여 우리 현대건설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그간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 공동 진출 협력과 원전 동맹에 합의한 바 있다. 양국 정상과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 등에 대항해 한미 원전사들이 서로 긴밀히 협력, 공동 공급망을 이루고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협력 과실을 공유하고 양국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이제 기업 간 협력이 구체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웨스팅하우스사는 한국 원전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안임을 잘 알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 한미 원전 동맹을 완성할 길이 있다. 웨스팅하우스사 다수 지분은 캐나다 자산운용펀드가 소유 중이다. 동사는 또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원전 여러 기를 수주하고 있다. 우리가 한전과 한수원을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으로 웨스팅하우스사와 우리 민간 기업들이 기업 결합 형식을 통해 수직 계열화와 공급망을 이룬다면 양국 원전 동맹이 완성된다.

이와 같은 민관 한미 원전 동맹의 완성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커다란 먹거리 내지 선물을 물려주는 셈이 될 것이다. 국가 간 치열한 원전 수주전이 전개되는데,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지원하면 수주가 한결 수월할 것임은 물론이다. 가치 공유국으로서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해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유럽 지역에서 상업적 가치가 높은 원전 입찰이 네덜란드, 스웨덴, 슬로베니아, 영국 등등 향후 줄줄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 원전 동맹이 주도할 수 있다. 우선 체코와 폴란드에서 원전 수주를 이루고, 유럽·아시아·중동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한미는 기후변화 위기 해소에 기여하고, 공동 유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우리 기업인들의 전략적 마인드가 작동해 한미 원전 동맹 완성이라는 꿈이 실현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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