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은 사라져도 그 DNA는 영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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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씨가 싹을 틔우길 기다리는 이른 봄, 11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 선 배우 설경구가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1994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그는 꼬박 30년이 흘러 국내 손꼽는 '명배우' 타이틀을 달고 같은 무대에 섰다.
고(故) 김광석, 들국화, 안치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08년까지 약 4000회 공연되며 관객 70여만 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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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성 등 학전 출신 배우들 무대에
“가장 ‘학전다운’ 이별” 눈물로 인사
공연 전석 매진돼… 내일이 마지막
뿌린 씨가 싹을 틔우길 기다리는 이른 봄, 11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 선 배우 설경구가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1994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그는 꼬박 30년이 흘러 국내 손꼽는 ‘명배우’ 타이틀을 달고 같은 무대에 섰다. 설경구는 “대학 졸업 후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학전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어 엉겁결에 무대에 섰다. 그땐 모든 게 참 어설펐다”고 미소 지었다.
15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학전의 마지막 공연은 ‘릴레이 콘서트’다. 오랜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투병이 겹치면서 지난해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학전과 인연이 있는 배우, 가수들이 ‘학전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겠다’며 발 벗고 나선 것. 출연료는 한 푼도 없다. 티켓 수익금은 제작비를 제하고 전액 학전에 기부된다. 윤종신, 장필순 등 싱어송라이터와 동물원, 시인과 촌장 등 굵직한 포크 가수, 그리고 데이브레이크 등 ‘요즘’ 밴드까지 릴레이에 동참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총 20회 공연은 티켓 예매 시작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폐관을 나흘 앞둔 11일 공연은 나윤선, 오지혜 등 학전 출신 배우 70명이 직접 기획과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이고 직접 출연자로 나섰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학전 대표작의 넘버를 부르는 갈라 콘서트와 토크쇼로 구성됐다. 과거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김윤석과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배우 장현성은 손수 기타를 치며 설경구, 방은진, 최덕문과 ‘축복합니다’를 노래했다. 장현성은 “가장 ‘학전답게’ 이별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관객과 학전의 앞날을 축복하고자 이 노래를 골랐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방은진은 “백스테이지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왈칵 눈물이 나더라”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콘서트는 출연진 전원이 무대와 객석 통로에 빼곡히 서서 ‘지하철 1호선’ 1막 마지막 넘버 ‘코랄’을 합창하며 끝이 났다. 김민기를 위해 배우들이 준비한 감사패는 직접 전달되지 못했다. 가수 박학기 등에 따르면 김민기 대표는 “건강상 극장을 직접 찾진 못하지만 마음은 항상 극장에 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릴레이 콘서트 녹화 영상을 챙겨 보고, 출연진에게 전화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공연 막바지 그동안 학전을 거쳐 간 배우, 연주자, 스태프 등 771명의 이름을 호명하는 엔드크레디트가 오를 때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온 울음은 김민기의 히트곡 ‘봉우리’가 흘러나와 위로했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이끈 상징적 공간이다. 지금까지 기획·제작한 작품 수는 총 359개에 달한다. 고(故) 김광석, 들국화, 안치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08년까지 약 4000회 공연되며 관객 70여만 명을 모았다. 다음 달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극장을 임차해 어린이·청소년 전문극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학전의 뜻에 따라 명칭은 변경하며 7∼8월 재개관한다.
한편 학전은 14일 열리는 콘서트를 끝으로 33년의 릴레이를 완주한다. 마지막 공연에선 배우 황정민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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