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법행위에 원청-노조 사이 낀 하청업체만 ‘속앓이’ [기자의 눈/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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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본보가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 불법행위들이 부활했다는 기사를 보도하자 각 지방의 노동청 및 경찰청에선 해당 현장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하청업체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건설현장을 지키는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의 책임도 강화하면서, 노조를 포함한 현장 근로자 불법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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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본보가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 불법행위들이 부활했다는 기사를 보도하자 각 지방의 노동청 및 경찰청에선 해당 현장이 어디인지 알려 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이 말을 전하자 해당 현장 관계자는 “밝히지 말아 달라”며 난색을 표했다. “원청업체가 벌써 ‘왜 분란을 일으키냐’며 불만을 표출한 데다 노조원들도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규모가 큰 건설현장에선 원청이 하청업체와 계약하고 하청업체는 타워크레인, 레미콘 기사, 목수 등을 관리하며 현장을 운영한다. 즉, 현장에서 건설노조와 협상하는 주체는 하청업체가 된다. 하청업체는 원청이 정해둔 공사 기간을 지켜야 하는 동시에 노조의 요구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이른바 ‘낀’ 처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하청업체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원청이 준공 기일을 맞추라며 노조와의 원만한 협상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이런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민원 폭탄’을 넣어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막 착공한 현장 앞을 막아 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초부터 이러한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면서 비노조원의 채용 비중은 기존 대비 10∼20% 늘어난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단속 강화만으로는 뿌리 깊은 건설현장의 불법 관행을 막기 어렵다. 논란이 됐던 월례비가 단속 대상이 되자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초과근무 수당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를 대체한 게 그 증거다.
‘반짝 단속’이 아닌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건설현장을 지키는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의 책임도 강화하면서, 노조를 포함한 현장 근로자 불법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의 건설산업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건설현장의 불법은 국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국회가 어렵다면 4·10총선 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라도 꼭 논의돼야 한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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