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인사동에 가면
삼월도 벌써 깊다. 갇혀 있던 작업실을 벗어나 인사동길에 올랐다. 존경해온 서양화가 송창 선배님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전철 밖으로 봄기운이 흐르는 풍경들을 덧없이 바라본다. 허기처럼 고향 생각도 나고 봄날 하늘 가신 부모님도 그립다. 인간미 풋풋한 송 작가님은 뵙기로 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셨다. 멋진 작품을 둘러보고 이미 가득한 작가들과 오늘 저녁 뒤풀이를 맞이해야 하는 선배를 놓아드렸다. 대신 친구와 풍습처럼 식사와 반주를 곁들였다.
대학원 동기이자 서양화가인 그녀는 인사동에 갈 때마다 마주했다. 우리라는 단어를 품을 만한 다양한 레퍼토리로 10년의 희로애락을 결속한 동료다. 초창기는 서로의 작품관과 예술에 대한 담론이 화두였지만 요즘은 일상적 넋두리와 자식 담화가 대부분이다. 이야기가 익을수록 술잔의 속도가 빠르다. 술은 너와 나의 내면을 표현하는 익숙한 수단 같다.
인사동에 저녁이 내린다. 오늘 밤 문화센터의 야학을 위해 부랴부랴 전철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 반, 지루한 길이다. 외롭지 않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대체할 시 한 대목을 떠 올렸다. ‘참새들에게 호랑가시나무 덤불이 천국이듯 우리의 겸손한 천국도 갸륵한 슬픔으로부터 온 것이다. 나를 울게 한다. 그것은 먼 곳에 있고 가질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 내 몸속에 있다. 수평의 먹줄을 튕기며 번지는 기억. 시간이 벗어두고 간 외투는 잘 보관하기로 하자.’ –박서영 ‘우리의 천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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