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진표 퇴장과 공항 퇴조

김종구 주필 2024. 3.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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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발의’가 유일한 실적
화성은 인구·예산·산업 팽창
재탕 땐 空約 불신 커질 것

내 기억이 맞다면 2020년 1월이다. 당시 수원시장의 빙모 상가였다. 21대 총선 석 달 앞이었다. 다른 곳은 공천에 여념이 없었다. 딱 한 곳은 경선 무풍지대였다. 그도 그럴 게 4선의 김진표였다. 음료수를 마시며 말한다. “군공항 문제나 마무리 짓고 끝내야지.” 내게는 그게 김진표 출사표였다. 석 달 뒤 5선이 됐다. 또 2년 뒤 후반기 국회의장이 됐다. 그날의 독백을 실천에 옮겼다. 특별한 법을 대표 발의했다. 수원 공항 이전 특별법이다.

국회의장은 3부 요인이다. 어른 노릇만 하면 되는 자리다. 법안 발의에 이름 넣을 ‘군번’이 아니다. 대개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할 건 없다. 의장을 떠나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장 자리가 주는 중량감까지 있다. 흔치 않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전임자도 있었다. 20대 후반기 문희상 의장이 그랬다. 미군 공여지 지원 특별법이었다. 지역구인 의정부의 숙원을 담아 낸 발의였다. 김 의장에게는 ‘군 공항 특별법’이 그랬다. 수원에 대한 도리였다.

그해 선거, 수원은 민주당 싹쓸이였다. 김승원(갑)·백혜련(을)·김영진(병)·박광온 의원(정), 그리고 김진표 의원(무)이다. 5명 모두가 ‘공항 이전’을 공약했다. 7대 공통 공약이었다. 특례시, 팔달경찰서, 서수원 개발, 북수원 개발, 매탄동 재개발, 철도 확충, 그리고 군공항 이전이다. 당사자들은 ‘한 것’, ‘추진중 인 것’, ‘보류 된것’으로 나눈다. 그러면서 ‘보류 중’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지역민에겐 ‘한 것’ 아니면 ‘못한 것’이다. 공항은 ‘못한 것’이다.

법안 전망은 밝지 않다. 상임위 의안 상정도 못했다.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도 4명은 이걸 얘기한다. 공동발의자 참여를 공적처럼 내세운다. 정말 그럴까. 아무리 봐도 궁색하다. 공동 발의자는 이들 말고도 14명이나 된다. 화성에서 50㎞ 떨어진 광명 양기대 의원도 했다. 바다 건너 제주 서귀포 위성곤 의원도 있다. 다른 ‘공항 실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용역비 2억원 세웠다’는 자랑도 하던데.... 글쎄다.

그 사이 화성이 개벽했다. 인구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2년 계속 유지하면 특례시 조건이 된다. ‘머잖아 150만’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산업 규모에서도 수원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다. 두 분야의 생산 기지가 모두 있는 유일한 지자체다. 대통령이 참석해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다. 24조원 신규 투자의 핵심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다. 예산에서도 수원을 앞질렀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81조원이다. 수원(33조)의 2.5배다.

양쪽 시세(市勢)가 바뀐 것이다. 인구에서 화성이 수원을 따라잡았고, 예산에서 화성이 수원을 앞섰고, 산업에서 화성이 수원과 벌려놨다. 아주 최근에 이뤄진 역사다. 21대 국회 임기와 겹친다. 이를 근거로 깨놓고 말해보자. 공항 이전은 더 멀어진 거 아닌가. 저런 게 다 공항 이전의 논리였다. 인적 드문 화성 인구, 부족한 화성 예산, 미래 없는 화성 산업.... 그러니 ‘소음’을 옮기자는 거였다. 그 조건이 왕창 변했다. 되겠나.

‘5선 김진표’가 마지막 사명이라고 했다. 그 사명으로 ‘특별법 발의’까지 왔다. 여기까지가 그의 여정이다. 이제 그도 수원 정치에서 비켜선다. 부총리·5선·의장이 사라진다. 마침 화성에는 국회의원이 늘었다. 그러자 수원시민이 궁금해한다. 수원에서 공항 선거는 여전히 유효할까. 수원에서 공항 공약은 또 나올 것인가. 나온다면 어떤 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혹시 ‘특별법 재추진’을 약속할 것인가. 어느 걸 해도 식상하지 않겠나.

공항 공약에 ‘空約’ 불신이 커져 간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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