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코인 광풍… 거래액, 코스피 2배

신아형 기자 2024. 3.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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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총, 글로벌 銀시장 추월
1억 최고가 찍자 투자금 몰려
‘나만 낙오’ 불안 커져… “분산투자 필요”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은(銀) 시장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멈출 줄 모르는 가격 오름세는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 대금이 코스피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과열돼 투기 열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달성하면서 시총이 글로벌 은 시장을 넘어섰다. 이날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7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그에 따른 시총은 1조4200억 달러로 은(1조3870억 달러·9위)을 뛰어넘으며 주요 글로벌 투자 자산 가운데 8위로 올라섰다. 연일 치솟는 가격에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도 뜨겁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의 24시간 거래액은 17조29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 대금을 합친 규모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9조4490억 원)의 거의 2배에 달한다.

거래 시간이 제한된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포모 심리 때문에 섣불리 샀다가는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며 “‘몰빵 투자’해 인생 역전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분산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백만장자’ 하루 1500명 나와… “하락 대비” 경고도

비트코인 ‘1억원 시대’
지난주 가상자산에 27억달러 유입… 최대운용사, 두달새 코인 20만개 사
낙관론자들 “올해 4억원 육박 가능”… “수요 줄면 가격 떨어질것” 우려도

12일 서울 강남구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국내 원화마켓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오후 4시 반 기준 1억150만5000원에 거래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요즘 주변에서 비트코인으로 차 한 대 값 벌었다는 얘기를 너무 자주 듣습니다. 배가 아파서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매일 고민합니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올 초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소식이 한창 들리던 때 비트코인을 사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한다고 한탄했다. 김 씨는 당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현재 수익률이 약 70%에 달했을 거라고 했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을 보면서 주식보다 가상자산을 선호하게 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직장인 서모 씨(32)는 “과거에는 가상자산이 변동성이 커서 못 믿을 자산이라 여겼는데 현물 ETF, 반감기 등 재료가 있으면 코인이 주식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바로 담으려고 거래소 계정도 미리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백만장자’ 매일 1500명씩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가상자산 중심의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주 가상자산 시장으로 27억 달러(약 3조5370억 원)가 유입됐다. 이 중 26억 달러는 비트코인으로 흘러갔다. 연초 이후 약 3개월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는 약 103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2021년 연간 유입액(106억 달러)에 근접한 규모다. 2021년은 비트코인 가격이 당시 사상 최고가인 6만9000달러까지 치솟으며 ‘호황기’를 맞은 해였다.
‘비트코인 백만장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리서치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 상당을 보유한 비트코인 지갑이 매일 약 1500개가 생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최고 기록은 1691개의 ‘백만장자 지갑’이 쏟아진 이달 1일이다.

● 美 현물 ETF 승인 이어 금리 인하 호재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다. 현물 ETF를 상장시킨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두 달 만에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현물 ETF를 통해 전통 금융권에서 관리되던 자금이 손쉽게 가상자산으로 흘러 들어올 길이 뚫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비트코인 유통 개수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ETF를 위해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이다 보면 품절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품절주가 가격이 뛰듯 비트코인도 수급이 몰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과 마찬가지로 달러를 대체할 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상자산의 가치는 오르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내년 2억 원” vs “조정기 겪을 수도”

비트코인은 전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최초로 1억 원을 넘어선 후 12일 오후 3시 25분 기준 1억68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1억 원 시대’를 맞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비트코인이 올해 12만 달러(약 1억572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던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해 초엔 비트코인이 2025년 20만 달러(약 2억6200만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전망치를 높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이 올해 30만 달러(약 3억9300만 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상황에서 수급이 줄어들면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수급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트코인은 변동성도 높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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