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손’이 주는 의미

김다정 기자 2024. 3. 1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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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엔 신체의 일부인 '손'을 이용한 관용어구가 많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계절근로자들을 머리와 가슴을 지닌 인격체가 아니라 정말 '손(노동력)'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손'이란 단어가 있다.

농촌 외국인 근로자는 '손 없는' 농촌의 귀한 노동력이자 우리 농업과 농촌을 계속 유지하고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반갑고 귀한 손'이란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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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엔 신체의 일부인 ‘손’을 이용한 관용어구가 많다. ‘손이 크다·작다’부터 ‘손이 가다’ ‘손을 빌리다’ ‘손이 없다’ ‘손을 벌리다’ ‘손에 익다’ ‘손에 맞다’ 등 무척 다양하다. 이런 관용구에서 ‘손’은 ‘일을 하는데 필요한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기술이나 노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로는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힘이 미치는 범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근 농촌의 인력난을 보며 ‘손’과 관련된 관용구 표현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일손 부족’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초 필리핀 이주노동부(DMW)가 한국으로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을 선언하며 우리나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필리핀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농촌엔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영농 일정에 맞춰 들어와야 하는 계절근로자들의 입국에 차질이 빚어지며 농작업에도 영향이 생긴 것이다. 특히 여러번 따야 하는 딸기나 참외 같은 과채류는 한번 수확 일정이 틀어지면 2화방·3화방 수확까지 여파가 갈 수 있어 걱정이 컸다. 지금 농촌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란 게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다행히 경북 고령·성주와 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발빠른 대응과 현지와의 공조로 필리핀 계절근로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반적인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손을 쓰기 어려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계절근로자들을 머리와 가슴을 지닌 인격체가 아니라 정말 ‘손(노동력)’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필리핀 정부의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 결정의 배경으론 임금착취와 불법브로커의 횡포가 지적된다. 급여의 일부를 가로채거나 중개료·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불거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합리한 임금, 과도한 노동시간 문제들은 우리가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를 그저 ‘사서 쓰는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기 때문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손’이란 단어가 있다.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농촌 외국인 근로자는 ‘손 없는’ 농촌의 귀한 노동력이자 우리 농업과 농촌을 계속 유지하고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반갑고 귀한 손’이란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할 때다.

김다정 전국사회부 차장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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