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조 지혜 담긴 농업유산, 잘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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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청산도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FAO는 다음 세대에 전승해야 할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기술과 생물다양성 등을 가진 농업유산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목적으로 2002년 GIAHS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FAO의 GIAHS 개념에 기초해 농어업과 관련된 토지이용시스템, 경관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2012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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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청산도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탐방객들은 주로 촬영지 주변과 경치가 좋은 관광지 위주로 둘러본다. 하지만 빼놓지 않고 봐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논이다. 청산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구들장 논’이 있다. 외견상으로는 육지 논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 구조가 특이하다. 돌이 많은 지역이라 물 빠짐이 심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해낸 일종의 관개시스템이다. 이 방식은 독창성과 역사성·생물다양성 등이 인정돼 2014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됐다.
경북 의성 금성산에 올라보면 농경지 속에 수많은 못이 조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 전국에서 연간 강수량이 가장 적은 이 지역은 물이 모이는 곳마다 못을 만들어 물 부족을 해결했다. 이러한 수리농법은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업유산으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FAO는 다음 세대에 전승해야 할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기술과 생물다양성 등을 가진 농업유산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목적으로 2002년 GIAHS를 도입했다. GIAHS는 인류의 농경활동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전통적 토지이용시스템과 경관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022년 6월 기준 전세계 22개국 62곳이 GIAHS로 지정됐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GIAHS를 5곳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FAO의 GIAHS 개념에 기초해 농어업과 관련된 토지이용시스템, 경관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2012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 농업을 시작으로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농업, 금산 전통인삼농업, 상주 전통곶감농업 등 총 18곳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농민들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그중 일부는 전승돼 오늘날까지 활용되고, 어떤 곳은 흔적만 남아 있기도 하다. 농민이 남긴 물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농사 도구들이다. 이런 도구들은 그나마 여러 곳에서 수집해 보존하고 있어 다행이다.
반면 무형유산은 전승되는 것이 드물다. 농사와 관련된 대표적 무형유산에는 농요가 있다. 예를 들면 벼농사지역에서 불렀던 모심기노래·논매기노래·벼베기노래 등이다. 이런 무형유산들은 일부 지역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계승하고 있는데, 농요의 경우 최근 일부 단체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고무적이다.
농민들이 전통적 농업활동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해온 차별적이고 독특한 유무형의 농업유산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이자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미래의 자산이다. 이를 발굴하고 잘 보존해 미래농업 발전에 활용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다. 우리 농업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어섰다. 문화유산은 사라지거나 잊히면 되돌리기 어렵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최첨단 도구들이 농사짓고 있는 요즘 케케묵은 문화유산타령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AI 발전도 결국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숨은 우리의 농업유산, 알뜰히 찾아 살뜰히 챙기자. 더 사라지기 전에.
김재균 국립농업박물관 학예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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