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장남이 언제 죽었지?”... ‘기억력 나쁜 노인’ 특검 조사 전문 공개
연방 특별검사 한국계 로버트 허
“이민자 가족 아들로 감사한 마음
미 공직 수행하며 공평성 적용했다”
“저는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자의 아들이자 가족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6·25전쟁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미군들이 나눠준 음식을 먹으면서 고마움을 느꼈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할머니 품에 안겨 북한을 탈출해 안전한 남한으로 향했습니다. 결국 부모님은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왔고, 이 곳에서 결혼했습니다.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부모님의 삶과 저의 삶은 매우 달랐을 것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행정부에서 일하든 저는 동일한 기준과 공평성을 적용했습니다.”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수사한 한국계 로버트 허(51) 연방 특별검사는 11일 연방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 특검은 지난 2022년 11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백악관 기밀문서를 개인 사무실로 유출한 혐의를 수사해왔다. 그는 지난달 수사 종결 사실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을 불기소하겠다면서도 “동정심 많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sympathetic, well-meaning, elderly man with a poor memory)”이라고 묘사해 미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이날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바이든의 ‘기억력 논란’을 검증하겠다는 목적으로 허 특검을 소환했다.
허 특검은 이날 “‘왜’(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며 “내 결정이 신뢰를 받도록 하려면 단지 불기소하고 거기서 그만둔다고 선언하는 것으론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기억력에 대한 특검 보고서상의 내 평가는 필수적이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며 “내가 쓴 건 내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믿은 것이며, 내가 배심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믿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의) 범죄 구성에 필수적인 ‘의도’ 유무를 평가하는 일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고도 했다.
1973년 뉴욕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허 특검은 마취과 의사였던 아버지, 간호사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하버드대 학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을 거쳐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대법원장의 재판연구원(law clerk)을 거쳐 법무부에 합류했다. ‘한국 사위’로 유명했던 래리 호건 당시 메릴랜드 주지사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늘어나자 2021년 4월 그를 대응팀 책임자로 발탁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를 통해 허 특검이 작성한 바이든 조사 진술 전문도 공개됐다. 전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다섯 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을 당시 상황이 담겼다. 바이든은 장남 보의 사망 시기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시기를 헷갈려해 주위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된 백악관 기밀 문서를 참모들이 어떻게 백악관이 아닌 외부에서 보관하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장남 보 바이든의 사망 시기와 관련한 질문에는 한동안 머뭇거렸다. 허 특검은 조사에서 보의 사망 일시를 묻지 않고 부통령 퇴임 직후 업무와 관련한 서류를 어디에 보관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바이든은 “잘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들(보)이 파병됐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며 “보가 어느 달에 사망했지? 세상에 5월 30일”이라고 했다. 이어 백악관 변호사가 “2015년”이라고 했고, 바이든은 “그가 2015년에 사망했나”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2017년 11월이었나”라고 말했고, 익명의 남성이 2016년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든은 “그렇다면 왜 내가 2017년 파일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악관 자문은 “집무실을 떠난 것이 2017년 1월이었다”고 했다.
◇민주, 공화 양당으로 공격받은 허 특검, 정치적 질문엔 답 안해
이날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허 특검은 민주·공화 양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쪽에선 “기소 여부와는 상관없는 대통령의 ‘기억력’을 불필요하게 언급해 트럼프의 선거를 도우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한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똑같은 혐의(기밀 유출)로 트럼프는 기소됐는데 왜 바이든은 기밀 유출 증거가있는데도 불기소하느냐”며 허 특검을 비판했다.
그러나 허 특검은 이날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선 최대한 답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CNN은 “(허 특검은)민주당 공격에도 법리적인 근거를 통해 자신의 보고서를 옹호했고, 바이든의 고령 문제를 확대하려는 공화당의 시도도 피했다”며 “그는 정공법을 유지하려고 했다”고했다.
이날 맷 게이츠 등 공화당 강성 의원들이 바이든에 대해 ‘senile(치매 걸린)’ 등의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면서 허 특검에게 ‘바이든이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보느냐’는 취지로 물었지만 허 특검은 이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허 특검은 ‘바이든이 공직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일부 의원들 질문에도 “내 보고서에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바이든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면죄부(exoneration)를 준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 주장에는 “보고서에서 사용된 용어가 아니며 검사로서의 업무도 아니다.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허 특검이 공화당 당적을 갖고 있고,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메릴랜드주 연방지방검사장으로 임명됐던 사실을 언급한 뒤 이번 수사보고서의 결론이 정치적 당파성에 따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허 특검은 “정치는 내 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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