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인생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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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봄비가 내렸다.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하략)" 김소월의 시 '봄비'의 앞 소절이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중략) 이 비 그치면/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하략)" 그리하여 임 앞에 타오르는 '아지랑이'를 통해 마침내 봄을 완성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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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봄비가 내렸다.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하략)” 김소월의 시 ‘봄비’의 앞 소절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어룰’은 얼굴의 평안도 방언이라고 하니까, ‘얼굴없이 지는 꽃과 얼굴없이 오는 비에 봄이 가는 것’이 서럽다는 것이다. 시인은 봄비로 인해 세상은 온통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여긴 듯하다.
김소월이 평안도 출신이라면, 호남 출신 시인으로 이수복이 있다. 그는 봄비가 그치면 더 짙은 봄이 자리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중략) 이 비 그치면/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하략)” 그리하여 임 앞에 타오르는 ‘아지랑이’를 통해 마침내 봄을 완성하는 것 아닌가.
봄비는 봄이 왔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늘 설렘으로 봄을 맞는다. 희망도 함께 품는다. “이른 밤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을 풀고/마루 끝으로 내려선 다음,/질척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차리고/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한 그루 매화나무한테로 가리(안도현·이른 봄날)” 시인에게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희망이다.
봄이 오면 마음도 바빠진다. 겨우내 쌓였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에서부터 두꺼운 겨울 옷도 정리해야 한다. 헤어 스타일을 비롯해 봄날과 어울리는 변신도 하고 싶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 인생의 봄날을 나누고 싶다. “봄날에, 이 봄날에/살아만 있다면/다시 한번 실연을 당하고/밤을 새워/벽에 머리를 쥐어 박으며/운다 해도 나쁘지 않겠다” 나태주 시인은 봄날에는 실연도 아름다운 아픔이라고 했다.
그러나 봄날은 왔지만, 봄날이 아닌 인생도 적지 않다. 봄날이 반드시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희망이 없는 봄날은 한겨울 추위가 남아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우린 희망의 봄날, 인생의 봄날을 기다린다. 봄비와 함께.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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