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분노사회서 공감사회로

2024. 3. 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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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자살 순직 건수가 2022년도 한 해에 49건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지방공무원법'은 제51조에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적시하면서, 친절 의무가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닌 법적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언을 경험한 공무원은 약 89%에 이르며, 반복 또는 장시간 전화로 인해 업무에 방해를 받으며 인격 모독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모두 80%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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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담당 공무원 89%가 폭언 경험
각자의 감정·상황 건강하게 풀어가야

공무원의 자살 순직 건수가 2022년도 한 해에 49건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며칠 전에도, 민원인에 시달리던 한 공무원이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신상정보를 올렸던 누리꾼이 역으로 신상털이를 당하고 있으며, 분노의 댓글이 올라오던 온라인 카페에는 뒤늦게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민원에 시달리는 걸 알면서도 돕지 못했던 동료 공무원들의 후회와 안타까움은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라도 일벌백계하고픈 의지로 바뀌고 있다. 개인이 겪었던 고통과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둘러싸고 모두가 혼란스럽다.

‘지방공무원법’은 제51조에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적시하면서, 친절 의무가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닌 법적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만일 민원인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불친절하여 민원이 야기되는 경우는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 따라 친절·공정 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 사회복지학
한편 민원인은 단순 문의인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필요한 특정 요구를 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일선에서 민원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언을 경험한 공무원은 약 89%에 이르며, 반복 또는 장시간 전화로 인해 업무에 방해를 받으며 인격 모독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모두 80%를 넘고 있다.

친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무원의 위치에서 민원인과 대등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보니, 대민 행정가로 자부심을 갖고 입직을 했던 공무원들이 감정노동으로 인해 이탈을 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장시간의 노동과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민원 처리 과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위계적인 조직 구조에서 자유롭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통하거나 업무를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직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원처리법’ 제4조 민원 처리 담당자의 의무와 보호 조항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의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언이나 폭행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 상황에 맞는 민원 응대 매뉴얼이 필요하며, 민원 공무원에 대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심리 상담이나 법률 지원 등의 보호 조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는 철저한 익명 보호와 함께 대면 청구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개인적 다툼의 소지를 줄이고 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융통성 없는 공적 조치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민원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전담자를 통해 요청사항을 부서로 전달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공개적으로 갈등 관리를 하는 민원서비스의 개선도 필요하다.

분노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감정 쓰레기통’을 찾게 된다.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가족과 이웃에게로, 때로는 불특정 다수에게로 퍼져 가게 된다. 자신을 숨기고 익명으로 감정과 상황을 마구잡이로 표현하기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며 함께 건강해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오랜 시간의 고립 속에서 깊어진 상처에 대해서는 세심한 행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분노를 줄이고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누구도 갑과 을이 아닌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공감의 사회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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