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괜찮다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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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려견은 자그마하고 사납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하며 반려견을 다독인다.
그런 생각들을 나는 겁에 질린 반려견을 쓰다듬으며 한다.
반려견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시간을 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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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일까. 이토록 쉽게 쏟아져 나오는 말을, 이렇게 선뜻 배어 나오는 다정함을 왜 내게는 전하기 어려울까. 기다려 주는 마음과 다독임이 나를 향하는 일은 또 왜 이렇게 드물까. 소리에 예민한 반려견만큼이나 나도 마음이 예민한데 말이다. 여기저기 큰소리를 치고 몸을 잔뜩 부풀린 채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나는 사실 겁이 많고 쉽게 당황하는 단순한 사람이다. 그런 나를 나는 매일같이 다그치며 살아왔다. 나를 질책하고 비난하는 데 하루를 다 쓰던 시절도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기껏 읽은 책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글을 쓰지 않는다고, 형편없는 글을 썼다고 매일같이 나를 욕했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늘 나를 못마땅해했다. 그러니까 그 시절 내가 한 유일한 일은 나를 미워하는 일이었다.
미워하는 마음은 직선으로만 뻗는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뻗어 나가는 미움은 속도가 붙으면서 광포해진다. 내가 밉고 싫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세계가 더없이 오만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시간들을 나는 겪었다. 곡선으로 흐르는 다독임과 위로의 시간을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덜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나는 겁에 질린 반려견을 쓰다듬으며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너그러움을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반려견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시간을 버는 셈이다. 그러니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 때마다 반려견에게 그랬듯, 내 가슴에 한 손을 얹고 가만히 쓰다듬어 보는 것이다. 괜찮아, 전부 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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