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창민]‘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책, 과녁 벗어난 화살이다
금투세 폐지 등 체질 개선과 무관한 정책
지배구조 개선할 효과적인 방안은 빠져
우선, 정부가 정확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과 연관된 여러 정책을 쏟아내면서 서로 다른 목적의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다. 억지로 정책들의 공통분모를 찾자면 주식 수요를 자극한 주가의 단기 부양 정도다. 이래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고액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세후 투자수익률이 올라가니 더 많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게 밸류업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밸류업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체질 개선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의 주가도 투자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 오를 수 있다. 목적은 기업 체질 개선인데 수단은 주식에 대한 단기 수요를 증가시키는 정책이니 거시경제에서 장기 경제성장 능력 확충을 이야기하면서 단기 소비진작 정책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만약 당국의 속내가 감세를 통한 단순 주가 부양이라면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재고해야 한다. 일본처럼 주가 부양을 통해 가계소비, 기업투자를 촉진해 실물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목표가 없다면, 그리고 이 채널이 한국에서 작동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면 말이다. 당연히 주식 관련 세금 폐지를 통해 부족해진 세수에 대한 답변도 있어야 한다. 경제정책에 공짜는 없다.
두 번째, 국내 기업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이 있었는지 또는 가치 개선 정책에 진정성이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떤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낮다면 해당 기업의 위험이 크거나, 그 기업이 버는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또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해당 기업 가치 평가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것은 전자의 두 가지, 즉 기업의 체질을 지목해 왔다. 기업 지배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위험하고, 기업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핵심에 재벌이 있다.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과 상충되는 사익 추구를 하기 때문이다.
2014∼2018년 자료를 통해 비교해 본 결과 재벌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비재벌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보다 낮았다. 정부가 분석을 정확하게 했다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가장 우선적인 의제가 됐어야 했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았다. 이미 과거 10년 동안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상호주 보유 규제, 특수관계인 거래 시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 자사주 의무 소각, 의무 공개매수, 최고경영자 기업가치 훼손 행위 규율 등의 아이디어가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피해 간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방안의 핵심은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은 가치 제고 방안을 자율 공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기업정책, 특히 지배구조 관련 자율을 추구하는 것은 명분은 그럴듯하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국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서 채택하고 있는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 원칙이 자율 공시의 대표 격인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부가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거나, 준수를 안 했으면 설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배당 정책과 같이 지배주주의 지배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충실한 반면에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독립적인 내부 감사 부서 설치의 경우 설명의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문제는 다 피해 가는 것이다.
예측하건대 가치 제고 방안 자율 공시는 아마 배당과 의무 소각이 전제되지 않는 자사주 매입으로 집중될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추상적인 문구로 공시가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 환원에 인색한 국내의 상황을 볼 때 이게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율 공시는 지배구조 개선의 동력이 되지 않으며 그러면 주주 환원도 지속 가능성이 없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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